[노동시장 개혁 논란] 최저임금·연차휴가… 있는 法도 안 지킨다

입력 2014-12-22 03:41 수정 2014-12-22 13:33
<자료: 고용노동부>
임모(19·여)씨는 지난 6월부터 고깃집에서 하던 아르바이트를 최근 그만뒀다. 임금 문제로 사장과 다투고 나서다. 임씨는 4개월간 시급으로 5000원을 받았다. 친구에게 최저임금 얘기를 듣고 사장에게 시급을 올려달라고 했더니 사장은 “처음에 5000원으로 계약하지 않았느냐”며 “적으면 그만두라”고 했다.

근로기준법 등 근로조건을 보호하는 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근로 현장 곳곳에서 현행법은 무력한 상황이다.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행법 탓에 이를 보완하겠다는 각종 노동 관련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이마저 각종 정쟁과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5210원이다. 임금을 이보다 적게 지급하면 위법이지만 한국 근로자 8명 중 1명은 이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21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시급으로 5210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전체의 12.1%다. 227만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것이다.

한국 근로자에게 연차 유급휴가도 대표적인 법의 사각지대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80% 이상 출근했을 때 연간 최소 15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가질 수 있게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김덕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46.4%에 불과하다. 주어진 휴가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를 회사가 임금으로 대신 다 지급하는 경우도 드물다.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생기는 구멍 탓에 국회에는 각종 근로 관련법 개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사안별 이견을 좁히지 못하거나 각종 정쟁에 밀려 어느 것 하나 국회 합의는커녕 제대로 논의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경우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이 75개에 달한다. 이런 식으로 국회에 계류된 근로 조건 개선 관련법 개정안만 200여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선적으로 근로 현장에서 현행법을 지키도록 하는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