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산후우울증 방치, 죽음 부른다

입력 2014-12-23 02:52
최근 산후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두 살 막내딸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하게 한 30대 주부의 딸 살해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주부 역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건은 가임기 여성들이 출산을 경험한 후 흔히 겪는 ‘산후우울증’이 자칫 생명에 위해가 되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최근 한 보고에 따르면 임산부의 10∼20%가 경험하고 이 중 10명 중 6명은 출산 후 5년 내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증상의 정도는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2013년 한 해 동안 산후우울증으로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여성은 고작 24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마다 40만 건 이상의 분만이 이뤄지고 그만큼의 임산부가 발생한다고 가정할 때 상당수의 산모가 산후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은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아이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주어 아이의 정서, 행동, 인지 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나아가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어 부부간의 불화와 갈등을 초래하는 등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선 피해망상, 과다행동 등 심각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 자살 등 극단의 선택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산후우울증은 산모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는 병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가족은 물론,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들조차 산후우울증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와 함께 예방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선 산후우울증의 체계적인 관리 및 치료를 위해 산모를 포함 가족들의 관심과 인식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또 병원에선 임산부에게 산부인과 진료 단계부터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 및 정서, 환경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산모 중 약 50%는 임신 중이나 임신 이전에 이미 우울 증세를 경험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산후우울증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임신 중에도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해 산후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예측, 평가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적극적으로 주선해야 한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