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가 있다. 후원아동을 만나기 좋은 날을 결혼일로 정하고 유명 관광지 대신 후원아동이 사는 캄보디아 시골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한 시간도 채 못 되는 만남을 위해 수도 프놈펜에서 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간 뒤 다시 현지 선교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후원아동 른다렛(12)과 쓰라이라엔(11·여)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6박7일간 캄보디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정재호(33·요리사) 양선민(32·회사원) 부부 얘기다. 지난 15일 저녁 일터에서 막 퇴근한 이들을 서울 관악구 신림중앙교회에서 만났다.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다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선교’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던 이들은 2년 가까이 교제하며 서로가 결혼 상대임을 확신했다.
“남편은 평소 ‘목숨과 삶, 시간 모두 하나님의 것’이고 자신의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곤 했어요.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함께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죠.”(양씨)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오가던 중 양씨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선교지로 신혼여행을 가서 휴양 대신 봉사를 하자는 것. 정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난 5월 교회에서 드린 ‘기아대책 CDP(어린이개발사업) 데이’ 예배 이후 일부 바뀌었다. 각자 한 아이씩 후원키로 약정한 두 사람이 ‘신혼여행은 후원아동이 사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서다.
“후원약정서를 쓰며 신혼여행 때 직접 아이를 만나면 참 좋겠다 싶더군요. 하지만 선뜻 제안하기는 힘들었지요. 그런데 아내가 먼저 말을 꺼내더라고요.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정씨)
신혼여행에서 후원아동을 만나기로 뜻을 모은 두 사람은 바로 기아대책에 연락했다. 각자의 후원아동이 다른 국가로 정해지면 곤란해서다. 기아대책은 6월쯤 이들에게 캄보디아의 어린이 둘을 연결해 줬다. 후원아동의 사진을 받은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도였다.
“른다렛 얼굴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아, 고놈 잘생겼다’예요. 하나님께서 결혼 전 먼저 보내준 아들 같았지요.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랑했어요. 아들이라고.”(정씨)
캄보디아 아동과 결연한 이들은 이후 북한과 라오스 지역의 아이를 2명씩 더 후원해 총 3개국 6명의 어린이를 자녀로 맞았다.
캄보디아 후원아동을 만나기로 결정한 부부는 자전거와 학용품 등을 마련해 지난달 24일 기아대책 당뚱 CDP센터에 도착했다. 낯선 외국인 앞에 선 아이들은 대화조차 서먹해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를 가야 해 주어진 만남의 시간도 짧았다. 캄보디아어를 몰라 어색한 미소만 짓던 부부는 선물을 건넸다. “하나님께서는 널 사랑하셔. 우리는 얼마 전 가정을 꾸렸는데 자녀인 널 가장 먼저 보러 왔단다. 네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그제야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었다.
부부는 공동의 꿈이자 목표인 선교사가 되기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 선교가 소명이라면 명확히 기도 응답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여름마다 휴가를 내고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오는 두 사람에게 ‘왜 힘들고 열악한 곳만 찾아다니느냐’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부부는 의연했다.
“선교지에 다녀오면 제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보물창고’라고. 그곳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전 살아계신 하나님을 직접 만납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궁금하다면 현장을 찾아가보세요. 그곳이 누구에게나 항상 열릴 수 있는, 열매가 충만한 보물창고 같은 곳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정씨)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후원아동 만나러 캄보디아 오지로… 뜻깊은 허니문
입력 2014-12-22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