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참가자들의 집단적 심리가 시장을 좌우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주택시장을 많이 좌우하기는 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매체가 늘어나면서 그 정도가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집단적 심리는 매우 불안정하고 쉽게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매체에 실린 부정적 이야기나 긍정적 이야기를 다른 매체가 실어주고, 이를 또 다른 매체가 언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심리는 쉽게 전염되면서 조변석개하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애커로프(G Akerlof) 교수와 실러(R Shiller) 교수는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s)’이라는 책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극단을 오가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주택시장을 들었다. 시장 참가자들의 지나친 자신감이나 공포가 시장을 극단으로 오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주택정책 당국자들은 실체가 없는 심리적 요인과 싸워야 하는데, 그 심리라는 것이 조변석개하는 불안정한 존재이다 보니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가 않다. 특히 시장이 터닝 포인트 근처에 있을 때 심리적 싸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단 시장 참가자들이 긍정적 심리를 가지면 시장의 자동적인 회복 능력에 의해 시장이 방향을 바꾸지만 부정적 심리가 팽배해지면 시장은 다시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느냐 부정적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시장이 계속 정상화 방향으로 가느냐 아니면 다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중물’이 요즘처럼 절실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다. 시장이 터닝 포인트에 있기 때문에 마중물이 조금만 더 있으면 시장의 자동적인 회복 능력에 의해 회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시장 참가자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9·1대책의 약발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11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주택 거래 증가 속도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약발의 조기 소진에는 주택3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주택3법의 개정안이 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심리적인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마중물이 떨어져 가고 있는데, 약속했던 추가적인 마중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니 결국 다시 시장이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주택3법 개정안은 원래 안보다 많이 후퇴한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는 완전 폐지에서 민간택지만 폐지(공공택지는 상한제를 적용)하는 안으로 후퇴했다. 올해 말까지 적용이 유예되어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도 완전 폐지에서 5년간 유예 연장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 재건축 조합원에서 분양할 수 있는 주택 수를 1주택으로 한정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완전 폐지하는 안에서 분양 주택 수를 확대하는 안으로 변경됐다.
그동안 여러 해에 걸쳐 정책 당국자와 학자들 그리고 국회의원들 사이에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장단점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찬반 진영 양쪽에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양쪽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타협안이라고 본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각 제도의 장단점을 더 이상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은 개정안의 내용보다 개정안이 통과되느냐 안 되느냐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택3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바로미터로 보기 때문에 개정안의 내용보다 개정안의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원안보다 많이 후퇴한 안조차도 통과되지 않으면 시장의 실망은 또다시 거래절벽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좌우할 주택3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다.
이용만(한성대 교수·부동산학과)
[기고-이용만] 주택3법, 조속한 처리를
입력 2014-12-1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