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레 바스케스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5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우루과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 프렌테 암플리오(Frente Amplio·광역전선)의 바스케스 후보가 승리했다. 남미 내 좌파 강세가 여전함을 드러내주는 결과다.
하지만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남미 좌파 정권들은 ‘장기 집권에 따른 반발’ ‘사회 양극화 완화와 경제 실용주의 강화’라는 공통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바스케스는 대선 결선투표에서 52.8%를 얻어 40.5%에 그친 중도우파 국민당(PN)의 루이스 라카예 포우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바스케스는 치안 보건 교육 분야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포우 후보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10년 전 대선에서 우루과이 역사상 첫 중도좌파 정권을 출범시켰던 바스케스는 온건한 개혁 정책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헌법상 연임이 금지돼 있어 그는 호세 무히카 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겼다가 5년 만에 권좌를 되찾았다.
의사 출신으로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기업환경 개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스케스의 승리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지양과 실용주의 강화라는 향후 남미 좌파의 방향성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세기 들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시작으로 남미를 휩쓴 좌파 정권의 약진은 현재도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서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집권이 장기화되면서 초기에 재미를 봤던 포퓰리즘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물가와 범죄율은 함께 치솟아 좌파의 굳건한 지지 세력인 빈민층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계층 간 분열과 저성장, 높은 인플레이션율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통과 변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다가 지지율 급락을 경험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단적인 예다.
바스케스뿐 아니라 남미 각국의 좌파 지도자들은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좌파의 위기’에 맞서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 10월 3연임에 성공한 뒤 “첫 집권기였던 2005년에는 민중의 열망이 가득한 낭만의 시기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며 “더 많은 실용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힘겹게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2기 정부에 시장주의자를 대거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돌아온 남미 실용좌파의 ‘상징’… 우루과이 바스케스 前 대통령 중도좌파연합 이끌고 재집권
입력 2014-12-02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