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 같은 인재 특채”…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첫 도시락 기자간담회

입력 2014-11-28 02:21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도시락 점심 간담회’를 하며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2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그래(케이블TV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같은 인재가 있으면 언제라도 특채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에 비유해 주목받았던 이 처장은 “정작 드라마는 너무 바빠 챙겨보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처장은 민간 전문가의 공직 영입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들 가운데 인재를 초빙하는 콘셉트라는 점에서 ‘국민인재’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어 “국민인재 영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공무원의 민간기업 진출 문제에 대해선 “현재 공무원윤리법 등이 강화돼 어려움은 있다”면서도 “민관 유착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 범위 안에서 (퇴직 공무원들이 민간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그러면서 “취임한 지 1주일밖에 안 됐지만 겪어 보니 공무원들의 우수성이 결코 민간에 뒤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공직사회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시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처장은 “민간에서 어느 정도 (임금피크제가) 추진되는 걸 보면서 공직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할지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며 “퇴직공무원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임무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선 ‘모범 답안’을 내놨다. 그는 “처장으로 와서 보니 (연금개혁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선 하기 싫지만 누군가 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연말까지 내놓기로 한 공무원 사기 진작책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만큼 사기를 진작할 방안도 당연히 준비돼야 한다”며 “다만 연금개혁안 국회 통과에 따라 발표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처장 취임 1주일이 갓 지난 조직에는 벌써 여러 변화가 생겼다. 간부·직원과의 소그룹 미팅을 처장실에서 자주 갖는 그는 화이트보드판을 방에 갖다놨다고 한다. 서로 격의 없이 토론하고 설명하기 위해 화이트보드에 글을 쓰고 지우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보고 때마다 챙겨오던 딱딱한 서류철 받침도 없애버렸다. 이 처장은 “삼성에 근무하며 22년 전에 없앴던 무거운 서류철을 아직 쓰고 있어서 놀랐다”며 “변화는 이렇게 작은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후 100일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혁신처 관계자들은 앞으로 3개월 남짓을 공직 사회의 변화에 진력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