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가?

입력 2014-11-29 02:06
택시를 탔다. 기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사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 ‘반드시’라고 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실패만 했지요. 나는 하찮은 인간인거지요.” “부모라면 자식을 반드시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부모는 그렇지 않았다니까요.” “세상은 반드시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잖아요. 썩어빠진 세상이라니까요.” 그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요구를 자신에게, 타인에게, 세상에 하고 있었다. 그는 당위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세 가지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당위, 타인에 대한 당위, 세상에 대한 당위로 이것이 불합리한 생각을 만든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당위는 ‘나는 반드시 일을 잘 해내야만 하고 타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는 것이고 타인에 대한 당위는 ‘사람들은 반드시 나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당위는 ‘세상은 반드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끔찍하고 그런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기사의 불만에 가득 찬 뒷모습을 보면서 ‘반드시가 문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반드시 어떠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내가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하고 있다. 반드시 나는 성공해야 하고 반드시 너는 나를 사랑해야만 하고 반드시 세상은 내 뜻대로 돌아가야 하고, 하나님까지도 내 뜻대로 움직여주실 것을 요구하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여지없이 좌절된다. 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나도, 너도, 세상도 내 요구대로 되어 주지는 않는다. ‘반드시’ 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주관적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이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반드시 그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가 우리의 삶을 좀 더 여유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