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지적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개집’은 악몽 같은 공간이었다. 이 시설 원장인 K씨(62)는 A군(11) 등 장애인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개집에 커다란 개와 함께 가뒀다. 개집은 예전 초등학교 건물일 때 화장실로 쓰던 공간, 마당에 놓인 철창, 보일러실 입구 등 3곳에 있었다. A군은 “견종을 모르겠지만 무척 지저분하고 사나운 개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다른 시설에 잠시 대피했다가 현재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K씨는 장애인들을 쇠사슬로 묶고 폭행한 것은 물론 개집에 가두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인권위는 K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관할 감독기관에 시설 폐쇄를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지역 군수에게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혐의(지방공무원법 위반)로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고 장애인시설 관리감독 업무를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K씨는 B군(15) 등 미성년자 5명을 비롯해 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8명의 발바닥을 수시로 길이 60㎝에 손가락 굵기 대나무 막대기로 때렸다. 다른 장애인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게 한 것은 물론 자신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몸을 붙잡도록 강요했다.
C씨(47) 등 5명은 ‘손가락을 빤다’ 등의 이유로 체벌을 받았다. 2m 길이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 밥을 먹거나 잠을 자야 했다. K씨는 인권위가 1차 현장조사에서 쇠사슬을 걸던 쇠고리 2개를 발견하자 2차 현장조사 전에 이를 제거하기도 했다.
또한 20여명의 장애인들은 K씨와 법인이 소유한 밭에서 마늘·콩·양파농사 등에 강제 동원됐다. D씨(50·여)는 K씨의 조카인 40대 남성 방에서 함께 살며 옷을 갈아입히고 용변을 처리하는 등 수발을 들어야만 했다.
거주자 보호·관리도 엉망이었다. 남녀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여성 장애인도 실질적으로 남성과 함께 생활했다. 남녀 화장실 모두 대변기 사이에 칸막이가 없어 서로 용변 보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재활 등에 필요한 훈련 및 프로그램은 전무했다. K씨는 관할 군청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2억3000여만원 중 일부를 예산의 목적 외로 사용하는 등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인 해당 군청은 영화 ‘도가니’가 화제를 일으켰던 2011년부터 이 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 피해 장애인의 친척이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 공무원은 되레 K씨의 고충을 대변하며 취하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해당 군청이 지난 3월 K씨를 보건복지부의 ‘공공 후견인 지원 사업’에 후견인으로 추천하면서 K씨는 올 초 발생했던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의 후견인을 맡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 회복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는 후견인에게 피후견인의 급여 관리와 인권 상담 등을 하도록 한다. 군청은 추천 과정에서 K씨에 대한 적격성 심사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장애인 쇠사슬로 묶고 개집 감금까지
입력 2014-11-27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