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초대형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성사시켰다. 삼성은 26일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계열사 4곳을 한화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자산가치가 13조원에 이르는 4곳의 인수가격은 1조9000억원대다. 이번 기업 인수·합병(M&A)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정부 때 이뤄진 현대전자의 LG반도체 합병 등 정부 주도의 빅딜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그룹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자발적 M&A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사에 의미가 크다. 과거 정부 주도의 강제적 빅딜은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대기업 간 자발적 결정이어서 순기능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은 이번 매각으로 비주력 사업인 석유화학부문 등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전자·금융·건설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그룹 경영의 효율성도 기할 수 있다. 한화로서는 주력인 방위·석유화학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수 있게 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자산 규모가 37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면서 한진그룹(자산 규모 39조원)을 추월하게 돼 현재 재계 서열 10위에서 9위로 올라선다. 두 그룹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아울러 양 그룹은 각 사업부문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꾀할 수 있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각 대상 기업 종사자 입장에선 인력의 고용승계나 전환배치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겠다. 대상 인력은 국내 근무자만 7300여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는 인수 기업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두 그룹의 문화를 융합해 그룹 미래사업을 선도하는 자양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인 입장이겠지만 그 말대로 양 그룹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는 후속 조치를 통해 임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것을 당부한다.
이번 M&A는 국내의 여타 기업에도 방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외형만 키우던 기존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잘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 같은 선제적 사업 재편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 “삼성에서는 꼬리밖에 될 수 없는 사업이 한화로 넘어갈 경우 머리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더욱이 국내 제조업은 지금 위기국면이다.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의 협공으로 우리 제조업체들이 비틀대는 상황이다. 대내외 경제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래 생존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 합리화 등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삼성과 한화의 승부수는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사설] 국내기업에 방향성 제시한 삼성-한화 빅딜
입력 2014-11-27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