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이어 작가도… “카메라 앞으로”

입력 2014-11-27 02:11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작가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tvN ‘SNL코리아’와 ‘오늘부터 출근’의 유병재 작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김윤의 작가, KBS ‘1박 2일’의 이슬기 작가. 각 방송사 제공

MBC 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KBS 예능 ‘1박 2일’의 류호진 PD, 그리고 케이블 채널 tvN의 ‘꽃보다’ 시리즈를 만들어 낸 나영석 PD. 스타 PD로 꼽히는 세 사람은 브라운관에 직접 등장해 프로그램의 맛을 살려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출연 연예인들과 제작진의 대결구도 선봉에 서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어리바리한 모습의 사생활을 선보이며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현실과 방송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적재적소의 역할을 해낸다.

최근엔 PD와 함께 작가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추세다. 예능계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유병재 작가가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tvN 코믹쇼 ‘SNL 코리아’에서 일하다 ‘극한 직업’이란 코너를 통해 매니저 역할 연기에 도전한 그는 지질한 생활 밀착형 연기로 단숨에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작가와 고정 출연자를 겸해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온라인에 팬 카페까지 거느린 ‘예능인’이 됐다.

유 작가는 27일 같은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출근 시즌 3’에 출연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힌다. 여성 속옷 회사 영업팀에서 일하며 겪는 색다른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또 26일 MBC 예능 ‘라디오 스타’ 녹화에도 참여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한 카페에서 열린 ‘오늘부터 출근’ 간담회에서 고민구 PD는 “엉뚱한 B급 정서가 예능 프로그램과 잘 어울린다”며 “현장에서도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곧 예능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가가 프로그램을 살려 낸 사례로는 지난 7월 방송됐던 ‘무한도전’의 ‘방콕특집’편이 있다. 단 몇 분 간 이 프로그램에 등장해 아이돌 그룹의 댄스를 패러디한 김윤의 작가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에 올랐다.

‘1박 2일’에서는 막내 이슬기 작가가 출연자인 배우 김주혁과의 미묘한 러브 라인을 꾸려가면서 극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이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신선함 때문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프로그램을 제작해오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끼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PD가 이들을 손쉽게 프로그램에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방송을 만드는 과정도 쇼의 일부가 됐기 때문에 제작진 출연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병재 작가의 경우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캐릭터를 만들어 연기까지 하다보니 독창적이면서도 확실한 브랜드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