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번 먹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등이라고 한다. 건성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아직은 밥이 있는 사람다움의 증거일지 모른다. 혹시 이런 말조차 건네지 않을 정도로 더 삭막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지 않게 되려면 “같이 밥해 먹자!”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엉뚱하지만은 않다. ‘밥 한 번 먹자’는 너무 쉽게 거짓말이 되어버리지만 ‘같이 밥해 먹자’는 쉽게 내뱉을 말이 아니니 거짓말을 할 공산도 줄어든다.
‘밥 한 번 먹기’에는 돈이나 누가 사나 같은 권력관계도 개입되고 어떤 수준이냐는 기준이 적용되지만 ‘같이 밥해 먹기’에는 돈보다 시간, 경비보다 함께하는 수고, 눈보다 손, 입보다 몸이 먼저 적용된다. 당연히 같이 밥해 먹기에는 돈은 적게 들고, 같이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만드는 즐거움은 커지고, 서로 고마워하는 마음과 자기 실력을 자랑하는 마음이 교차되고, 당연히 몸은 더 많이 움직여지고, 재미는 훨씬 더 커진다.
안 그래도 누구에게나 닥친 긴축재정 시대에 ‘같이 밥해 먹기’는 왕성하게 번져야 할 재밋거리이다. 경비 아끼고, 수고 나누고, 정 쌓고, 이야기 펼치기 위해서다. 한 끼 밥을 같이 먹는 것으로 정을 쌓는다면 한 끼 밥을 같이 해먹는다면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집에서 부엌은 최고의 사교장이 되어야 한다. 부부의 밥해 먹기, 부모자식의 밥해 먹기, 부모 친구, 자식 친구들의 자유로운 공간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집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라면 부엌은 최고의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커뮤니티 부엌’을 마련해서 경로당 뒷방에서 밥해 먹는 소외된 느낌을 없앨 수 있고, 시중에 식당이 많은 만큼이나 공동 요리장이 새로운 부엌가게로 등장할 만하다. 더 나아가 자유롭고 행복한 야외 부엌을 만들 비법을 온갖 방식으로 고안해볼 만하다.
‘밥’에 주목하자. 밥은 사람들을 이어준다. ‘같이 먹기’는 사람들이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는 중요한 행위다. 한 차원 더 나아가 ‘같이 밥 해 먹기’는 우리 모두를 건강하고 즐겁게 한다. 엄마가 해주는 집밥만이 최고가 아니다. 같이 해먹는 밥은 우리 사이의 공간을 이어줄 것이다. 온갖 종류의 부엌에서, 우리 같이 밥해 먹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같이 밥해 먹자
입력 2014-11-24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