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오류 구제] ‘잃어버린 1년’ 실제 구제되는 학생 많지 않을 수 있다

입력 2014-11-21 03:24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일 발표한 2014학년도 수능 오류 피해 구제안의 요지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수험생의 점수가 오르겠지만 이것이 곧바로 탈락했던 대학에 추가 합격할 수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재산정된 점수로 각 대학이 전형을 다시 진행해봐야 정확한 추가 합격 규모가 나온다. 실제로 구제되는 학생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나 구제될까=수험생 입장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표준점수 2∼3점 차로 아깝게 떨어진 경우다. 당초 오답 처리됐던 1만8884명 가운데 8882명은 표준점수 2점, 1만2명은 3점이 올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정시에 지원해 2∼3점 차이로 탈락한 경우가 몇 명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대학마다 탐구영역 반영비율이 그리 높지 않아 표준점수 2∼3점 상승은 예상보다 영향이 작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제 가능한 다른 시나리오는 지난해 수시에서 학생부·논술 등 다른 기준을 충족했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한 경우다.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는 대학들은 대개 ‘국어 영어 수학 탐구 영역 중 2개나 3개 영역이 2등급 이내’ 또는 ‘2개나 3개 영역의 합이 5·6등급’ 등으로 기준을 제시한다. 이번 성적 재산정으로 탐구영역이 2·3·4등급에서 각각 1·2·3등급으로 상승한 2053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중 몇 명이 다른 기준을 충족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시키지 못했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일부 입시업체는 “세계지리 점수 재산정으로 구제되는 학생은 몇백명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대학 다녀도 편입학 가능=각 대학이 재전형을 통해 구제할 학생을 결정했다면 이들은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다.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편입할 수 있다. 편입할 때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은 동일학과 및 계열 여부 등을 고려해 허용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 재전형에 따른 추가 합격 여부는 각 대학이 다음 달 17일부터 안내한다. 교육부는 “군대에 입대했거나 주소·연락처가 변경된 학생에게도 추가 합격 여부를 안내하겠지만 학생 스스로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정원 외 추가합격은 특별법이 제정돼야 실현될 수 있다. 현재 이상일 박홍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교육부는 “해당 법률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공정성보다 고통 받은 수험생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성적 재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평가원장은 “전체 성적을 다시 돌리게 되면 이미 합격한 학생 중에도 떨어지는 경우가 나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낳는 일이 된다”면서 “합격한 학생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뒀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교육부와 평가원은 피해 구제안과 함께 출제 오류 책임자에 대한 엄중 조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징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가 예고된 사람은 당시 교육부 대학지원실장과 평가원 수능본부장, 출제위원회 부위원장 등 3명뿐이다. 시험을 치른 지 1년여가 지나 성적이 재산정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평가원 수능본부장과 출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중징계, 경징계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처벌수위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출제위원장은 아예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김 평가원장은 “지난해 출제위원장은 외부 교수여서 우리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탐구영역 점수를 바탕으로 하향 지원했거나 아예 지원을 포기한 수험생은 결국 구제받지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공평하지 못하다는 불만도 일고 있다. 평가원이 성적표를 일일이 발송하지 않고 수험생에게 각자 알아서 확인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능을 본 한 대학생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재산정된 성적을 확인하라는 문자만 받았다”며 “적어도 피해를 본 수험생들에게 수정 성적표를 개별적으로 보내는 정성을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