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출신인 저자는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다 싶을 무렵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갑자기 낯선 타자(他者)가 되어버린 당혹감 앞에서 방황하던 그는 젊은 시절 읽었던 한 권의 책을 떠올리고, 알 수 없는 강렬한 유혹에 이끌려 7000㎞에 달하는 대장정에 올랐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가 떠났던 낯설고 고독한 여행길을 따라 나선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풍경과 소회를 책으로 엮었다.
200년 전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에 초빙돼 궁정의 주요 정치, 행정 업무를 총괄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점점 창조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자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그는 집을 떠나 장장 1년 8개월간의 여행길에 올랐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저자는 괴테의 여행 코스를 쫓아가면서도 나름대로 마음속 지도를 그렸다. 뮌헨에서 보헤미안의 눈물 젖은 빵을 생각하고, 베네치아에서 고독이 또 다른 고독에게 보내는 노래를 회상했다. 피렌체∼로마 구간에서는 길은 결코 하나가 아님을 깨달았다. 여행에서 얻은 결론은 이렇다. “지나온 날을 헤아리지 말며, 그 짧음을 한탄하지 말라. 두려움을 두려워말자. 근심 말라구, 쫄지 말라구!”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대문호의 발길 좇은 7000㎞ 유럽 대장정
입력 2014-11-21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