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체계 어설픈데… 기술 지원 금융 잘될까

입력 2014-11-18 02:09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기술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담보나 보증에 의존해왔던 은행권의 보수적 대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술신용평가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기술신용평가는 정량적 평가보다는 정성적 평가로 이뤄져 전문인력에 의한 공정한 평가가 중요하다”며 “민간회사 중심의 기술평가보다 기술평가 경험이 축적된 기술보증기금을 총괄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기술금융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은 축적된 기술정보를 분석·평가해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기술보증기금 외에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데이터 등 민간평가사 2곳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정무위가 우려하는 것은 기술금융이 안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업의 신용평가 때는 실적 등의 객관적이고 계량화된 정보가 있지만 기술평가는 기술력에 대한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산된 체계보다 평가체계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무위는 “같은 기술이라도 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총괄기능이 필요하다”며 “인력풀과 평가경험이 부족한 민간회사는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정무위는 정책금융공사가 지원하는 대출(온렌딩 대출)과 관련한 기술신용평가기관에서 기술보증기금을 제외시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17일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 대출에 정부가 100% 책임지는 보증뿐 아니라 은행권에 책임이 돌아가는 부분보증도 있다”며 “민간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기술보증기금을 평가기관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술금융은 대출 이후 자금회수 기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뤄져 은행권이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기술금융 지원 건수는 처음 시작된 7월 486건에서 지난달 6235건으로 약 13배, 금액은 같은 기간 1922억원에서 3조5900억원으로 약 19배 증가했다.

정부는 민간의 참여가 민간기술평가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지원 실적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