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엔저 비판은 마음먹고 얘기한 것”

입력 2014-11-18 02:30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9일간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 두 번째)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오른쪽)의 영접을 받고 걸어 나오며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엔저(低) 정책을 우회 비판한 것에 대해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마음먹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6일 밤(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약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30분 가까이 기내를 돌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순방 때마다 귀국 비행기 출발 직전 기자들과 짧은 인사말을 나누긴 했지만, 기내 간담회를 가진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9일간의 강행군을 마친 뒤였지만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엔저’ 작심발언 배경 소개=박 대통령은 맨 먼저 기자들에게 G20 정상회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회의석상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있었던 만큼 “자국 여건만 고려한 경제·통화정책”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언급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기내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웠을 때 신흥국의 경제적 기여로 선진국도 효과를 보지 않았나”며 “그 덕에 선진국 경제가 좀 회복됐는데, 이제 와서 자국 입장만 고려해 경제 및 통화정책을 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서 어느 한쪽의 정책이 곧바로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취지에서 얘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의 통화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져 우리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상실되는 상황에 대한 작심발언이었다는 의미다.

◇북한 인권백서 배포, “과거엔 상상도 못했다”=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한 지난 12일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는 “두 정상이 그런 인식에 일치했다는 건 과거 같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과거엔 북한 문제를 보는 중국과 우리의 인식에 괴리가 있었다”고 했다. 또 “(최근 중국의 변화는) 그동안 우리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그런 노력을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자진해서 인권백서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내놓았는데, 우리와 국제사회가 공조해 노력해온 결과”라며 “이게 과거라면 정말 상상이나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북핵문제, 평화통일 등도 우리가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다”며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선 “지난해에는 여건이 정말 좋지 않아서 못했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외교장관회의가 남아 있고 그래서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FTA 타결을 위해 정상 간 수차례 통화=박 대통령은 순방기간 타결된 중국 및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협상 타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깨질 뻔한 경우도 여러 번 겪었다”며 “그래서 정상들 간에 전화로 대화도 여러 차례 하고 독려도 하고 창조적 아이디어와 묘안도 내고 해서 도움이 됐다. 양보와 이해를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어렵게 타결된 것이어서 하루빨리 비준이 돼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좀 합심해서 비준이 좀 잘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로 가야 한다. 비준이 제때 안 되면 얼마나 손해가 나는지 잘 아시지 않나”며 국회의 조기 비준동의를 촉구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