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디자인, 패션, 공예 그리고 연극, 무용…. 순수와 응용의 경계를 넘어 행위예술까지 아우르면서 예술 전 분야에서 필수 관람 코스가 될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독일 바우하우스 데사우재단과 공동 기획해 내년 2월 27일까지 여는 ‘바우하우스 무대실험-인간, 기계, 공간’ 전이다.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 오스카 슐레머, 발터 그로피우스, 라즐로 모흘리-나기 등 현대미술사에 획을 그은 바우하우스의 교수진과 그들이 가르쳤던 학생들의 당시 작품을 대거 풀어 놓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장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이런 규모는 역대 처음이다.
바우하우스란 이름에선 합리주의적 건축, 튜브형 가구, 모더니즘 디자인이 주로 연상된다. 이번 전시에선 덜 부각됐던 무대예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연극이야말로 종합예술이다. 신체를 탐구하려는 스승과 제자들의 작품은 완성작 뿐 아니라 과정까지 선보여 바우하우스의 실험정신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초대 교장 그로피우스의 총체극장 모형이 압권이다. 과학을 이용해 최적의 무대를 실현하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칸딘스키의 무대 디자인 영상과 무용 드로잉 작품에선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렸던 그의 새로운 면모를, 사진가 모흘리-나기의 무대장치 사진 등에선 ‘기계야말로 시대정신’이라고 했던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바우하우스 정신을 표현한 국내 작가 6명의 작품도 출품됐다. 서울관 ‘중정(中庭) 전시장’에 설치된 김영나의 작품이 흥미롭다. ‘2분 13초 36 프레임즈’은 중정을 둘러싼 건물 외벽 네 면을 활용해 도형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도형의 형태와 색상을 통해 음계를 표현한 아이디어가 유쾌하다.
손영옥 선임기자
[‘바우하우스 무대실험-인간, 기계, 공간’ 展] 예술 전 분야 아울러… 서울관 전시장 거의 총동원
입력 2014-11-1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