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원 (10) 미국교회서 쫓겨난 지 1년도 안돼 새 성전 입당

입력 2014-11-18 03:08
1980년 샌프란시스코성결교회 새 교회 건물을 매입하고 교회 간판을 달고 있는 이용원 목사. 빌려 쓰던 미국교회를 나와 자체 건물을 소유하게 됐다.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다 쫓겨나온 우리는 돌아오는 주일, 경치 좋은 해변에서 야외 예배를 드렸다. 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가 야외에서 예배를 드린 것은 예배 장소가 없어서 온 것 아시죠. 우리가 맘대로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당을 주세요.”

당분간 연속으로 야외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여기 경치도 좋은데 괜찮다고 다독였지만 성도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교회 없는 서러움을 신자들은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밤 10시가 되면 전 교인들이 각자의 집에서 성전을 달라고 합심기도를 했다. 건축비는 하나도 없었지만 교회당 나온 곳 없는가 묻고 교회를 찾아다녔다.

하루는 부동산업을 하는 장로님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가보니 교회로 그대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회관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좋다고 당장 오퍼를 내자고 했더니 중국교회 성도가 하루 전 오퍼를 냈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크게 실망했지만 우리도 오퍼를 내보자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주인이 양쪽을 불러 가격 20만 달러 중 한 달 후에 8만 달러를 먼저 보내는 사람에게 건물을 주겠다고 했다. 경쟁이 붙어 가격도 2만 달러나 올라간 상태였다.

우리 교회에 8만 달러가 있을 리 만무했다. 교회 장로님과 상의했더니 “목사님, 마음대로 하세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난 호기롭게 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중국교회는 한 달 후까지 돈 마련이 어렵다며 결국 나와 계약서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로님이 마음대로 하라고 한 것은 교회에 돈이 하나도 없는데 산다니 어이가 없어 거절의 뜻으로 말한 것이었는데 내가 승낙의 뜻으로 받아들여 계약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교회당을 주십니다. 개인과 각 가정이 정성껏 기도하시면 8만 달러를 하나님께서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성도들을 독려하며 돈을 지불하기 전 주일, 건축헌금을 하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나에게 맘대로 하라고 했던 장로님이 “저도 책임이 있으니 오늘부터 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5000달러를 헌금하셨다. 헌금 당일이 되었다.

“금도 내 것이요. 은도 내 것이라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오늘 이 시간 오병이어의 기적이 나타나게 하옵소서.”

간절히 기도하고 헌금을 했다. 예배 후 헌금을 계수하던 집사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목사님. 8만 달러입니다. 1달러도 남지 않고 1달러도 모자라지 않는 8만 달러입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 온 성도가 함께 감격했다. 우리는 교회당을 구입하고 바로 입당 예배를 드렸다. 없어질 것이라고 한 교회가 1년도 안 되어 교회당까지 자체 건물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우리를 쫓아낸 미국교회에 감사패를 주자고 말한 성도도 있었다. 교회를 떠났던 장로님도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교회를 다시 나오겠다고 했다.

자체 건물을 갖게 되니 교회가 안정되고 성장되어 갔다. 지역에서 대표적인 한인교회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느 날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당분간만 설교한다는 것이 발목이 잡혀 무려 13년이 흘렀음을 발견했다. 목회하느라 목회학 박사과정도 못했고 무엇보다 서울신대로 돌아가 교수일을 계속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제 이 정도 지났으니 샌프란시스코 교회도 나 대신 새로운 목사가 와서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바깥 다른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성도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내 결심을 꺾을 순 없었다. 이후 LA에서 1년, 시카고에서 2년5개월, 그리고 뉴욕한빛교회에서는 7년5개월을 목회했다. 그 기간에 뉴욕한빛교회 새 성전을 아름답게 건축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 특별히 감사했다. 뉴욕한빛교회 목회 중 어느 목사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