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아이가 놀랍게도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영어든 수학이든 척척 문제를 풀어갔다. 적어도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안절부절못하고 헤집고 돌아다녔다. 부모는 상담실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주의력 결핍은 아니라는 진단에 아이의 어머니는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상담자는 곧 아이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칭찬할 때마다 아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아녜요. 난 못하는 아이라고요”라고 자신의 능력을 부인했던 것이다. 그 다섯 살짜리 아이의 어머니는 끝없이 아이에게 더 잘할 것을 요구해 왔다. 어머니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아이는 늘 헐떡이며 높이 올라야 했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이나 못하는 부족한 아이로 알고 있었다. 아이는 무엇이든 끝없이 잘 해내야 했으므로 평안을 잃고 안절부절못했다.
오르고 올라도 못 오르는 산이 어머니의 욕망의 산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완벽주의자로 만들고 있었다. 어머니의 뜻대로 아이가 성공한다 해도 아이는 늘 부족한 자신을 채찍질하며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살 것이다. 평생 ‘잘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도 ‘더 잘하라는 부모의 환상’에 매여 평생 안식을 누리지 못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잘하라고 하지 않으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용납하신다. 무서울 정도로 똑똑한 아이들이 신기할 것도 없이 많다. 그러나 그에 정비례해서 정신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몸이 성장한 어른 속에서도 ‘나는 부족해 부족해’ 하는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평생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너는 잘하고 있는 거야.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나를 꾸짖어가며 산 세월에 마침표를 찍어야 남은 세월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불만족한 삶
입력 2014-11-15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