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질환자, 어떻게 행동하는게 윤리적일까?

입력 2014-11-13 02:13

최근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를 치료한 후 귀국했던 미국인 간호사가 당국의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고 외출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학계에서 감염 질환자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전했다.

학계에서는 일단 미국인들이 가장 중시해온 가치 중 하나인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가 감염 질환자에게는 더욱 절실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감염은 그 자체가 큰 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얼마나 ‘해’가 될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외출했던 미국인 간호사는 “아무 증상이 없어 남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는데 내가 왜 집에 있어야 하느냐”고 반발했었다.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인 로렌스 고스틴은 “해당 질병의 심각성과 감염 가능성이 얼마 정도인가를 함께 따져본 뒤 윤리성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감기에 걸린 사람이 극장에 간 것은 비난할 수 없지만, 심각한 감염 질환을 가진 사람이 같은 장소에 가면 타인에게의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비윤리적 행동으로 비난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볼라의 경우 감염되면 목숨까지 잃을 정도의 치명적 질환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노엘 브루어 교수는 “에볼라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심리적 공포가 지대한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1일간(잠복기)의 자가격리는 아주 작은 희생(small cost)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증상이나 당장의 감염 가능성은 없더라도 약간의 위험성이라도 있는 사람의 경우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국인의 이기적 행동과도 결부시켜 분석하기도 했다. 개인의 자유와 개인주의적 습관에 익숙하다 보니 공동체의 안전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줄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침이 튀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까 봐 마스크를 쓰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