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重 노조, 파업 접고 재협상에 나서길

입력 2014-11-08 02:30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교섭 결렬과 관련해 7일 예정된 20년 만의 파업(2시간 부분파업)을 유보한 것은 회사와 한국 경제를 위해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결정은 사측이 파업 찬반투표 과정에 불법성이 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함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 9월에 4일간 진행하려던 파업 찬반투표 기간이 한 달간으로 연장돼 가결된 점을 사측이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노측은 적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파업을 유보했다고 밝히고 향후 일정을 논의 중이지만 이참에 파업을 접고 재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사는 집중교섭을 벌여 임단협 일부 조항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임금과 상여금, 성과급 부분에서 이견을 보였다. 노조가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등을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이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등을 제시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나 다시 쟁의를 하는 건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작금의 현대중공업 경영 상태는 임금 줄다리기를 할 만큼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창사 이래 최악이다. 영업적자가 1분기 1889억원, 2분기 1조1037억원, 3분기 1조9346억원이다. 회사는 최고경영진을 바꾸고 임원의 30%를 감축하는 등 고강도 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가 임금 부분에서 지나친 요구를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노사가 힘을 합쳐도 험한 파고를 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의 무리한 투쟁이 회사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사가 전날 현대중공업 제시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도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투표와 대의원 투표에서 각각 부결된 것은 안타깝다. 노사가 교섭을 재개하겠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바란다. 3사 노사 공히 임단협의 돌파구를 마련해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