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16일 중국과 미얀마, 호주 등 아시아 국가 순방에 나선다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 전략을 가다듬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첫날 중국을 방문한다. 10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APEC 기업인(CEO) 서밋에 참석한다. APEC 정상회의 다음날인 12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갖는다. 두 정상은 신형 대국관계 형성 방안 등 양국 관계 외에도 에볼라 바이러스, 테러리즘, 기후변화 등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관계와 양국의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두 정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미국 기업과 연방정부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해킹, 홍콩 민주화 시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민감한 사안도 대화 의제로 떠오를지도 관심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12∼14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미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14일에는 양곤에서 ‘동남아 청년지도자 구상(YSEALI)’ 회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세인 대통령, 수치 여사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미얀마의 정치·경제 개혁과 인권 개선, 내년 총선의 민주적인 이행방안 등을 논의했었다.
15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으로 건너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미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한 관계자는 “두 정상 간 공식 정상회담 계획은 잡혀 있지 않지만, APEC 정상회의 등에서 비공식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직후 해외순방에 나서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4년 중간선거 패배가 확정된 후 엿새 만에 아시아로 떠났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또한 2006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하고 1주일 뒤 외국 순방길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1기 행정부 당시 2010년 중간선거에 패배해 하원 주도권을 빼앗긴 뒤 서울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시아를 방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중간선거 끝낸 오바마 ‘다시 아시아로…’
입력 2014-11-06 03:51 수정 2014-11-06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