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금녀(禁女)의 세계였던 잠수함에도 여군이 승선하게 된다. 해군은 “2017년부터 잠수함에서 근무할 여성장교들을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라며 “2020년대에 건조되는 3000t급 잠수함(장보고-Ⅲ)에 여군을 배치한다”고 지난달 15일 밝혔다. 전략무기인 잠수함에 여군을 배치하고 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호주 스페인 독일 캐나다 미국 영국 등 9개국이다. 우리나라는 10번째로 여군에 잠수함 근무를 허용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여군의 잠수함 근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높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군 영역을 확대한 쾌거”=이미 해군에서 여군은 2001년 처음 함정근무를 시작한 뒤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해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등 모든 형태의 수상함정 승조원과 항공기 승무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상선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청해부대에 파병되거나 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연합훈련인 환태평양(RIMPAC) 훈련에 참가하는 등 각종 해외훈련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2012년에는 첫 여성 고속정 정장이 임명된 뒤 현재 17명이 고속정 지휘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첫 해상작전헬기(링스) 정조종사가 탄생하는 등 항공 분야에서 조종사 4명을 포함해 20여명의 장교와 50명의 부사관이 근무 중이다. 여군의 잠수함 승선이 시작되면 해군에서는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여단(UDT/SEAL), 장기간 해상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정보함 외에는 모든 영역이 개방되는 셈이다.
해군은 섬세하고 치밀한 여성적 특성이 잠수함 임무수행에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음파를 탐지하는 전탐관과 잠수함 훈련을 지휘하는 대잠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군들이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예민한 감각이 요구되는 잠수함에서의 임무수행을 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잠수함의 특수성을 간과한 섣부른 결정”=잠수함은 수상함과 달리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임무수행을 해야 해 여군 승선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남자 군인들도 기피하는 상황이라 여군 지원율 역시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해군 부사관 가운데 잠수함 근무를 자원한 승조원은 48%에 불과했다.
좁은 잠수함에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인 침실을 쓰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겨우 몸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배치된 2개의 침대를 3명이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휴식공간도 거의 없고 화장실도 적다. 물도 아껴 써야 한다. 잠수함은 조수기를 이용해 해수의 염분을 제거해 식수나 샤워하는 데 사용하지만 하루 생산량이 제한돼 있어 마음껏 사용할 수도 없다. 여군이 배치될 3000t급 잠수함은 현재 해군이 사용하고 있는 1800t급 잠수함보다는 훨씬 크고 또 여성전용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썩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폐쇄된 공간이라 공기정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국 해군이 여군 승선을 반대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잠수함 내 재생 공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 여성의 임신과 출산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기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남녀가 장기간 함께 근무하게 되면 부적절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남자 승조원의 부인들이 여군의 잠수함 승선을 적극 반대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잠수함에서 성기강 문제는 발생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잠수함은 좁고 개방된 공간이 많아 성군기 위반 사고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남자 승조원들의 생활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당직이 아닐 때 편안한 옷차림으로 있을 수 있었지만 여자 승조원들이 있으면 신경을 써야 할 수도 있다. 해군 예비역 대령으로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여군의 잠수함 승선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남녀 군이 공존하며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 적절한 공간배치와 함께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금녀’ 잠수함 타는 여군들] 이제, 바다 밑에도 女軍이 간다
입력 2014-11-15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