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25가지 노동사건으로 엮은 ‘27년 노동변론기’

입력 2014-10-31 02:40

노동권은 1970, 80년대를 강타했던 시대적 언어였으나 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기업 논리의 득세 속에 제 목소리를 잃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가는 현재 진행형의 이슈다.

책은 노동자의 편에 서서 ‘노동변호사’로서의 삶을 살아온 김선수(53) 변호사의 27년 노동변론기를 엮어냈다. 변호사로 살기로 했다지만 대형 로펌도 있지 않은가. 그는 왜 이 길이었나를 보여주기 위해 ‘전태일 평전’으로 유명한 고 조영래 변호사와의 인연 등 개인사를 앞장에서 조금 보여준다. 그러곤 나머지는 지금까지 변론한 25가지 실제 노동사건을 시간 순으로 기록처럼 서술한다. 89년 골프장 캐디 노조 설립 신고 행정소송, 92년 최초의 합법적 노동자 대회 개최, 2010년 경기대 기간제·파견근로 해고 사건, 2011년 대기업 횡포에 맞선 사무직 노조 설립 투쟁…. 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생산직에서 사무직, 연구직으로 수직 확산되어온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각 장 말미에는 각각의 사건들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담아 이해를 돕는다. 모든 법적 투쟁에는 눈물겨운 인간적 스토리가 있게 마련. 하지만 기록으로서의 의미에 무게를 두다보니 스토리가 생략돼 읽는 재미가 덜하고 생경한 법률 용어가 독서를 방해한다는 게 흠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