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활동이 장마당(시장) 수준을 넘어 주택과 금융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일부 주최로 28일 연세대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서 정은이 경상대 교수는 ‘북한 시장화’ 주제 세션에서 ‘북한 부동산 투자 현황에 관한 분석: 주택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북한에서 주택 거래가 매우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간접 인터뷰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불과 7∼8년 전만 해도 3만∼4만 달러 수준이던 평양 중심부 주택이 현재 10만 달러(약 1억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거래는 북한에선 불법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합법적인 행정 처리를 돕기 위해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국 주택배정과 직원이 부동산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주택이용허가증’을 발급해주고 거래액의 10%를 받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사업 목적으로 개인이 기업 명의만 빌려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주택 매매 차원을 넘어 개인이 자금을 모아 주택을 건설하고 개인에게 분양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 개념도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세션에 참석한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민간 영역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고리대금업, 송금 대행업 등 사금융도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고리대금업자들은 연 20%의 이자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사금융 실태는 북한의 시장 메커니즘이 소비 분야에서 점차 금융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시화와 도시적 삶’ 세션에 참석한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민간 자본가가 출현하는 등 북한이 ‘탈(脫)사회주의적’ 전환을 하고 있다”며 “평양의 장마당이 탈사회주의적 도시의 가장 명백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자본을 들여 개발이 한창인 나진·선봉 지역은 북한의 경제특구로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경민 제주대 교수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정치적 변화’ 세션에서 “북한의 인터넷 보급률이나 의식 수준을 볼 때 민주화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아랍의 봄’ 사태를 볼 때 북한의 인터넷 이용자가 많아지고 어떤 계기적 사건이 발생하면 인터넷이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北에도 투기바람?
입력 2014-10-29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