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2003년 도입한 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에 좀처럼 외국 기업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주변국 경자구역에 비해 입지 여건이 불리한 데다 이 지역 관리 기구의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거나 아예 이곳에 정착하는 국내 기업에도 혜택을 줘 경자구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발표한 ‘경제특구정책 평가와 경자구역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에 따르면 국내 경자구역 8곳의 총 면적 448㎢ 중 개발이 완료된 곳은 10.4%인 46.4㎢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249㎢(55.6%)는 아예 개발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곳에 입주한 기업 대부분은 국내 기업으로 외국 기업은 6.9%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1년과 올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지역의 경자구역 지정을 해제해 현재는 335.84㎢만 남아 있다.
외국 기업이 국내 경자구역을 기피하는 이유는 시장 접근성과 인프라 여건이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주변국에 비해 열악한 탓이 크다. 각종 규제로 인해 외국인들의 기본적인 거주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다. 외국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 설립이 규제에 가로막혀 있고, 대부분 도심과 떨어져 있어 문화생활도 쉽지 않다. 임대 방식도 외국과 달라 주거지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단기 체류를 위한 저렴한 숙박시설도 부족한 실정이다.
경자구역 지원기구인 경제자유구역기획단도 대부분 파견 인력으로 구성돼 있어 주도적으로 개발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싱가포르의 경제개발청(EDB)이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 UC버클리 등 최고 수준 대학 출신의 전·현직 기업인들로 구성된 것과 대조적이다.
KDI는 경자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 실험의 장’으로 활용해 다른 나라와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은 경자구역 지정을 해제해 첨단산업단지나 외국인투자지역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경자구역을 축소해 경쟁력을 높이고 규제 완화를 통해 주변국과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을 적극 유치해 경자구역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외국 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는 국내 기업을 경자구역으로 불러들인다면 외국 기업의 입주율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홍콩 등 일부 해외 경자구역은 자국 기업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외자유치’라는 당초 취지만 내세울 상황이 아니다”며 “외국에 나가 있다가 국내 들어오는 유턴기업이 경자구역에 입주하면 혜택을 주는 등 10년째 허허벌판인 경자구역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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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외면하는 출범 10년 경제자유구역
입력 2014-10-29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