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주대준 (16) ‘인의 장막’ 청와대 경호 시스템에 IT를 입히다

입력 2014-10-27 02:08
청와대기독신우회 회원들이 1997년 10월 27일 청와대에서 창립 5주년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주대준 KAIST 교수, 두 사람 건너 당시 비서실장 김광일 장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당시 경호실장 김광석 안수집사.

청와대기독신우회의 설립 목적과 사명에 충실하려고 늘 기도로 무장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기도했다. 신우회는 고 김준곤 하용조 옥한흠 목사와 김장환 김삼환 오정현 명성훈 소강석 고명진 목사 등 많은 목사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날로 부흥했다.

1997년 10월 신우회 창립 5주년 기념예배 때 조용기 목사를 초빙했다. 300여석의 강당이 차고 넘쳐 인접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해 예배를 드릴 정도였다. 이러한 대형 집회는 신우회원들의 부흥과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신우회는 청와대 내 환경미화원과 기능직 공무원 등 소외되고 낮은 자들의 영혼 구원에도 관심을 가졌다. 신우회는 직장 선교가 성공하려면 동료들이 신우회원들이 일하는 모습 속에서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업무가 바쁘고 힘들었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신우회원들과 함께 의정부 이삭의집과 안일권 목사의 세계십자가선교회(출소자 및 알코올·마약 중독자 치유센터) 등을 찾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영혼 구원을 위해 노력했다. 정릉 ‘영락모자원’의 아이들과 홀로된 어머니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는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연중행사로는 연예인선교회(회장 정영숙 권사)와 연합해 ‘청송감호소’까지 가서 선교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봉사·선교활동을 통해 나 자신과 우리 회원들이 더 많은 은혜를 받고 영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다. 복음에는 정말 놀라운 자가발전적 능력이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인 ‘IT 전문성’으로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며, 조직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약 1:5)’는 말씀을 붙들고 갈급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정말 내가 생각할 수 없었고, 꿈 꿀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내가 전산실을 총괄하는 실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 불어닥친 정보화 물결을 타고 나는 청와대 전산실과 통신처를 합친 ‘정보통신처’의 정보통신기술심의관으로 승진했다.

나는 내 능력으로 이 중책을 감당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새벽마다 기도로 하루를 열었고, 늘 가장 먼저 출근했다. 내 업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고, 주변 동료 직원들에게도 예수를 믿는 증거와 표적을 드러내는 ‘예수님의 증인’된 삶을 살 수 있도록 간구하며 부르짖었다.

기도의 응답은 ‘우리나라 경호 시스템을 IT 기반의 유비쿼터스(장소·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 경호과학화하라’는 것이었다. ‘인(人)의 장막’과 통제 위주의 경호 시스템에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 과학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경호부서의 거부감이었다. 대부분 ‘기술자들이 무슨 경호를 안다고’ 하는 식의 비아냥과 냉소를 보냈다. 그렇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세상이 변하고,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테러공격 기술이 발전하는데 언제까지 재래식 경호 패러다임을 고수할 것이냐”고 설득에 나섰다. 우리도 선진국 못지않게 과학화된 경호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대한민국 경호는 오늘날 선진국 못지않은 과학화된 경호 시스템을 발전시켜 동남아와 중동에 수출까지 하는 나라가 됐다.

나는 전산 프로그래머로는 처음 정보통신처장으로 승진했다. 그 후 정보통신처와 행정처를 통합, 행정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경호공무원으로 최고 직위라 할 수 있는 경호차장에 올랐다. 경호실 창설 50년 역사에 없던 기적 같은 일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인 ‘청와대 선교와 복음화’를 위해 순종한 결과였다.

정리=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