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신 시미즈] 역경 속에서 축복을 만드시는 하나님

입력 2014-10-24 02:33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은혜와 평강이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처음으로 유럽에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이야기입니다.

바울은 원래 마케도니아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전도의 ‘성과’를 생각할 때 마케도니아보다는 아시아로 가는 게 좋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마케도니아로 향합니다. 성령의 부르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문 9절엔 이와 관련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바울은 바다를 건너 마케도니아 지방의 빌립보에 도착합니다. 예상대로 그곳은 로마의 퇴역군인들이 사는 교황 숭배의 ‘거점도시’였습니다. 그리스도의 뜻을 전하기엔 너무도 불리한 환경이었습니다. 인간의 상식에 비춰 본다면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많은 일들을 준비해놓고 계셨습니다. 바울은 그곳에서 두아디라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인 루디아라는 여성을 만납니다. 루디아는 바울의 전도를 받아 가족 전체가 세례를 받게 되고, 바울의 선교에 헌신하게 됩니다. 더 큰 일은 바울이 귀신 들린 한 여종을 만나고 난 뒤 벌어집니다. 바울은 이 여성을 치유해주는데, 오히려 이러한 선행 때문에 투옥되는 일을 겪게 됩니다. 바울이 투옥된 감방은 감옥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곳에서 끝없이 찬양하고 기도합니다. 그의 찬양과 기도 소리는 감옥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다른 죄수들도 바울의 찬양과 기도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모든 감옥의 문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마음만 먹으면 죄수들이 모두 탈옥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간수들은 죄수들이 모두 도망가겠거니 생각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죄수들은 한 명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간수들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바울에게 묻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느냐.” 그러자 바울은 이렇게 답합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결국 간수들은 모두 세례를 받습니다. 기적의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빌립보교회는 이처럼 옥중에서 만들어진 교회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울이 전도하러 떠났던 땅은 전도에 부적절한 곳이었지만 하나님은 이곳을, 그리고 빌립보의 감옥을 선교의 전초기지로 만드셨습니다. 신약의 빌립보서는 바울이 이곳 빌립보교회를 생각하며 쓴 것입니다. 옥중에서 집필한 내용이지만 이 서신은 ‘기쁨의 서신’이라고 불립니다. 전체적으로 ‘기쁨’이 넘쳐흐르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옥중에 있으면서도 이처럼 기쁨에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건 엄청나게 많은 ‘감동의 추억’이 빌립보에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인간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여기는 일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축복의 역사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 주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총과 축복이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신 시미즈 목사(일본루터교단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