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냉정히 봐야 미래 열릴 것”

입력 2014-10-20 02:14
기무라 다다카즈 아사히신문 사장이 16일 일본 도쿄 본사에서 한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기무라 다다카즈(木村伊量) 사장은 냉각된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를 냉정한 눈으로, 한 점 흐림 없이 밝은 눈으로 바라봐야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오보 기사 취소 등으로 인해 현재 일본 우익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기무라 사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일미래포럼 등이 주최한 한·일 언론인 포럼 참석차 도쿄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지난 16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양국 언론이 지나친 국수주의적 분위기를 잘 통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긴 안목으로 우호증진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보도와 관련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는 등 대형 악재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는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약속도 미루고 열정적으로 양국 관계의 미래를 언급했다.

기무라 사장은 “한·일 간 첨예한 현안은 위안부 문제와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부르는 독도를 둘러싼 영토문제”라면서 “혐한과 같은 듣기조차 민망한 일들이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진 않지만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도 퍼지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 내 ‘한국 때리기’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된 상태”라며 “한국 내에서도 국수주의적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보도를 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양국 언론이 너무 자국 중심으로 자존심을 세우면 서로 충돌한다”며 “자존심을 앞세운 것보다 존경을 앞세운 접근법으로 바꿔야 하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견해를 나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무라 사장은 “일본의 문화는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한반도 없이 일본의 문화가 풍요로워질 수 없었다고 생각하며 그런 면에서 한국은 일본의 형(兄)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신조”라면서 “동해, (일본이 주장하는 동해인) 일본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차원에서 아사히신문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고 한국 언론도 지혜를 보태주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다.

기무라 사장은 1976년 아사히신문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장, 유럽총국장 등을 거친 뒤 2012년 6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도쿄=글·사진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