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대해서만큼은 겁을 잔뜩 먹자!”고 지난달에 썼는데, 또 안전사고다. 게다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는 여러모로 어이가 없다.
사람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1m 높이의 환풍구, 게다가 폭 3m 길이 6m의 대형 크기에 무려 4층 깊이라면 구조가 튼튼해야 했다. 그런데 철제 그레이팅 여러 장을 그저 걸쳐놨을 뿐 받쳐주어야 할 구조물은 휘어져 떨어질 정도로 약했다고 한다. 건축 관련법에 시설 기준이 없어서 대충 그렇게 했단다. 그렇게 튼튼치 못하다면 아예 접근을 못하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안전펜스는 없었고, 안전펜스가 없다면 행사 중 안전요원이 못 올라가게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안 했다. 사회자가 위험하다고 한 차례 공지했다지만 사후 점검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
그 장소는 공공 광장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테크노밸리 단지 내, 이른바 사유지에 만든 광장이다. 주차장 위인 것을 보니 그렇다. 공공 공간이 아니니 사전 안전점검이나 안전요원 배치에 소방서나 경찰서가 개입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행사 허가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행사 주체의 관리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건만 행사에 간여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나 언론사는 사람이 몰리는 행사의 관리 디테일이 정교하지 못했다. 일례로 무대 위치조차 행사 직전에 바꾸었다니 말이다.
상식과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관리 책임이 불분명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 모든 것이 겹칠 때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이런 사고가 터지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나에 대한 분쟁이 뜨거워져도 시간이 지나면 곧 잊힐지도 모른다. 무섭다. 겁난다.
안전에 대해서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시설물뿐 아니라 관리, 운영 방식도 점검이 필요하다. 상식과 원칙은 매뉴얼이 되어야 하고 법령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관리의 책임은 누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분명히 규정되어야 한다.
설마 무슨 일 생기겠느냐고? 어림없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진리를 이제 국민들은 다 알 것이다. 지나치다고 할 만큼 촘촘한 안전망을 짜는 것이 첫 순서다. 제발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까칠해지고 촘촘해지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또 어이없는 안전사고라니…
입력 2014-10-2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