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 가리왕산 스키 활강경기장 환경 파괴 논란 계속

입력 2014-10-20 02:02
환경파괴 논란속에 지난 6월부터 벌목작업을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간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 스키 활강경기장.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동계올림픽은 유치 때마다 환경훼손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환경문제를 이슈화해 동계올림픽을 따낸 최초의 도시는 1994년 대회를 유치한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였다. 이 도시는 가급적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경기장을 건설했고, 재활용품을 사용해 대회를 치름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기자촌을 비롯, 상당수 부가건물은 허허벌판에 가건물을 지어 사용한 뒤 폐막후 철거하는 방식을 썼다.

평창동계올림픽도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 들어설 활강스키장 건립을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강원도, 조직위원회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한 가리왕산은 희귀 산림자원의 보고로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엄격히 막아왔다. 문제는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이 이곳 외에는 적절한 장소가 없다는 점이었다. 알파인스키의 백미인 활강경기장은 표고차가 최하 800m에 슬로프 전장 3000m,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고 국제스키연맹(FIS) 규정집에 적시돼 있다. 조직위는 해발 1420m인 가리왕산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드세지자 조직위는 출발지점을 당초 가리왕산 중봉에서 50m 낮은 하봉(1370m)으로 변경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른 산림자원보호구역 편입 면적도 당초 78㏊에서 56㏊로 줄었다.

녹색연합은 마지막으로 활강경기에 ‘2런레이스 규정’ 적용을 요구하며 조직위를 압박했다. ‘2런레이스 규정’은 개최국의 지형 여건상 800m 이상 표고차에서 경기가 불가능할 경우, 800m의 절반(350∼450m)에 해당하는 표고 차에서 두 번의 경기를 치른 뒤 기록을 합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굳이 가리왕산에 활강코스를 짓지 않아도 된다. 지난 7일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스위스 취리히의 FIS 본부에서 프랑크 카스퍼 FIS 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최종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은 “올림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였다.

지난 6월부터 경기장 조성을 위한 벌목 작업에 착수한 조직위는 올림픽을 치른 뒤 훼손된 산림을 원상복구를 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활강경기장은 경사가 심해 세계적인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용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겨우 3일간 대회를 치르기 위해 1095억원을 투입하고, 다시 원상복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낭비냐”고 따지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