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고용세습 일삼는 뻔뻔한 공공기관들

입력 2014-10-18 02:30
수산업협동조합(수협)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지난 5년간 전·현직 임직원 자녀 48명을 채용해 왔다는 소식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다. 수협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16일 국민일보에 공개한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은 “채용된 이들 대부분이 고위직 임원의 자녀라는 점에서 고용세습 의혹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수협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와 산림조합중앙회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비슷한 사례가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채용의 공정성을 어느 곳보다 더 잘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 임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일부 공공기관은 아예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과학기술 분야 30개 공공기관 중 18곳의 단협에 가족 우선채용 조항이 있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밝혀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코레일,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직원 가족을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좋은 일자리의 대물림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고용세습 조항을 없애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지난 8일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35곳의 단협에서 전·현직 임직원 직계가족의 채용을 우대하는 내용이 아직도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곳이 되고 있다. 부모의 부와 지위에 따라 젊은이들이 맞닥뜨리는 출발점의 격차가 너무 커진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 시기에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일군 ‘성취적 지위’가 빛을 발했지만 지금은 타고난 ‘귀속적 지위’가 인생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 취업마저 부모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대다수 젊은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들이 올해 채용 규모를 확 줄였다. 공정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의 책임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