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머니는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에게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고 했다. 남편에게는 세 군데 학원에 보낸다고 하고 남편 몰래 두 곳을 더 보내느라고 뼛골 빠지게 일 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해서 못 견디겠다고 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뭐든지 엄마의 뜻대로 살았지 내 마음대로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어머니 뜻대로 가정교사를 바꾸고 학원도 어머니의 마음대로 정했다고 했다. 자신이 가장 상처받았던 것은 형제가 없는 자신이 형처럼 따르고 좋아했던 가정교사 형을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내쫓았을 때였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요즘 어머니들의 필수라는 ‘정보력’을 얻느라 고생했고 좋다는 학원에 자식을 보내느라고 수고한 자신의 노력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아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은 엄마가 싫어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들은 “내가 왜 엄마의 뜻대로 살아야 하느냐”고 했다.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살게 하지 못한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는 학원에 가는 척하고 전자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결정적으로 어머니에게 복수를 한 것은 수능 시험 날 “시험 잘 치고 오라”고 등을 두드리는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수능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척하다가 뒷문으로 나와 버린 사건이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분노에 가득 차 있다.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해서 한 일’이라고 했고 아들은 ‘어머니는 나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녀양육 방식에 ‘익애적 부모형’이 있다. 그 어머니의 자녀양육 유형은 익애적이었다. 그 어머니는 자녀의 삶을 대신하며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족쇄를 채우고 자신을 조종한다고 받아들였다. 아들은 자신의 성장 가능성과 영역을 침범하는 어머니에게 복수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것이 경쟁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현재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어머니와 아들
입력 2014-10-18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