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규 교수의 바이블 생명학] 기름은 하나님의 것

입력 2014-10-18 02:05

49세 최창남(가명) 씨는 당뇨병 환자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있고 허리둘레가 95㎝나 된다.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기에 그는 대사증후군 환자라고도 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이 문제가 되는 것은 뇌졸중,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 합병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간, 관절염, 담석증 같은 다른 질환을 잘 동반하기에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준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복부비만이다. 복부비만은 복강 내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임상적으로 허리둘레가 남자의 경우 90㎝ 이상, 여자의 경우 85㎝ 이상인 경우이다. 이러한 복부비만은 대부분 신체 활동량이 식사량 섭취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드렸던 제사 중에서 화목제(和睦祭)가 있다. 제물을 전부 태우는 번제(燔祭)와는 달리 화목제는 제물의 일부분만을 태운다. 그것은 ‘내장에 덮인 기름과 내장에 붙은 모든 기름과 두 콩팥과 그 위의 기름 곧 허리 근방에 있는 것과 간에 덮인 거풀’(레 3:3∼4)이었다. 즉 내장지방과 콩팥만 태워서 화제(火祭)로 드렸다. 나머지의 일부분은 제사장의 몫이었고 그 외에 것은 제물을 드린 자가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도록 허용되었다.

‘모든 기름은 여호와의 것’(레 3:16)이라고 하면서 ‘기름과 피를 먹지 말라’(레 3:17)는 말씀은 지질학(脂質學)을 전공으로 선택한 필자를 몹시도 흥분시켰다. 제사가 제정된 취지와는 별개로 이 말씀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교훈 때문에 그러하였다.

필자가 깨달은 첫 번째 교훈은 지방섭취를 가능한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름은 여호와의 것’이라고 하셨지만 화목제물의 경우에서 보듯이 살코기에 붙어 있는 기름마저 자신의 것으로 요구하지는 않으셨다. 여기서 우리는 거룩한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다. 살코기에 붙어 있는 기름과 살코기 속에 있는 스며 있는 기름마저 주장하시면 사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게 된다. 거룩한 실용주의 덕택에 기름을 먹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모든 기름은 여호와의 것’이라는 원래 취지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름의 섭취, 즉 지방의 섭취를 가능한 적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정하신 생명의 법칙에 속하는 것이라고 추론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내장지방은 태워야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내장지방을 태울 수 있는가. 물론 가능하다. 운동을 지속하면 많은 열량이 소모된다. 소모된 열량을 보충하기 위하여 지방조직에 비축된 지방이 간으로 이동되어 그곳에서 태워져서 열량을 만들어낸다. 신체운동이 내장지방을 태우도록 하는 것이다. 즉 하루에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을 소모시키고도 남는 활동과 운동을 한다면 내장 지방을 포함한 체내 지방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최창남씨가 거의 2년 만에 외래를 방문하였다. 그의 상태를 확인하여 보았을 때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대사장애(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의 지표들이 거의 조절 목표치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조절하였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였다. “그동안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거의 매일 2시간 동안 등산을 했다고 하였다. 이는 과도할 정도로 많은 운동량이었다. 그의 상태가 호전된 것은 운동 때문만은 아니지만 운동이 주효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우리가 율법 시대가 아닌 은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모든 기름은 여호와의 것’이라는 말씀은 오늘날 영양 과잉으로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이제 깨달은 자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식탁에, 우리의 삶에 잔뜩 쌓여 있는 잉여의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늘을 향해 흔쾌히 태우는 것이다.

김덕규 동아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