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있는 사람 구합니다. 남녀 불문. 단 나이 제한 있음. 60세 이상만.”
2001년 4월,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시에 있는 가토제작소는 이런 구인광고를 냈다. 2001년은 일본이 극심한 장기침체기간인 ‘잃어버린 10년’(1991∼2000)을 막 지난 시기.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다. 사정이 안 좋기는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금속부품을 생산하는 가토제작소도 마찬가지였다. 낮은 가격과 짧은 납기를 요구하는 바람에 매출을 내기 어려웠다. 가토 게이지(53) 사장(창업자의 증손자)은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1888년 창업 이래 가장 혁신적인 실험을 한다. 바로 ‘60세 이상 노인만’ 고용하는 정책이다. 많은 이들의 반대했지만, 구인 전단지 2만부를 신문에 끼워 넣은 날 오전 7시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북카라반)는 노인고용 기업 가토제작소의 ‘착한 노동’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다. 가토 사장이 직접 썼다. 이 책은 가토제작소에서 일하는 실버 직원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이 회사에 적응하기까지 일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면접 때 경력이 아닌 인격을 보고 뽑았다는 이야기, “옛날처럼 억척스럽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대다수 실버 직원의 생각에 맞춘 근무 체제 만들기 등 눈길 가는 대목이 많다.
그날 이후, 이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당시 15명의 노인을 채용한 가토제작소는 현재 전체 직원 100명 중 절반 이상이 60세가 넘는 실버 직원이다. 최고령자는 80세가 넘는다. 이 회사에서 60대는 청년인지라 “역시 젊군, 팔팔하네”라는 우스갯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이 회사에 정년은 없다. 직원들은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다닌다. 자신의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일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정년은 사회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일할 수 있는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할 곳에서 쫓겨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자 연령차별”이라고 말한다.
가토제작소는 2교대로 돌아간다. 평일에는 평균 나이 39세인 현역 직원이 주요공정을, 주말·공휴일에는 평균 65세의 실버 직원이 단순지원 업무를 맡는다. 능력별 업무 분담을 통해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결과는 대성공. 노인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 일하며 수입이 생겼다. 자존감이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회사는 2001년 이후 매출이 3배 정도 늘었다.
처음부터 장밋빛 탄탄대로가 펼쳐졌던 건 아니다. 실버 직원들이 업무에 익숙해지는 데는 젊은 신입 사원의 두 배 정도가 걸렸다. 공장에서 쓰는 전문용어를 외우는 것도 힘들어했다. “해머를 가져오세요.” “스패너로 돌리세요”라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심지어 “멍키를 가져오세요”란 말에는 “원숭이 말인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멍키는 ‘멍키스패너’라는 공구다.
이런 실수 후 자괴감 때문에 말없이 사라진 직원도 있었다. 저자는 “노인이 다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손자뻘인 젊은이가 자신의 상사가 되는 현실이다. 그는 “노인이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주위의 의식도 바뀐다. 설령 작업이 서툴러도 모두 호감을 갖고 응원해준다”며 “이들은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도덕심도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책과 길] 일본 가토제작소의 ‘착한 노동 프로젝트’
입력 2014-10-17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