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 등지에서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각국의 정국 혼란과 이론 인한 장기적 권력공백 상태도 빼놓을 수 없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과격단체들이 세력을 확장해나간 배경에 아랍권의 민주화 바람인 ‘아랍의 봄’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13일 “아랍의 봄으로 강력했던 권위주의 독재정권들이 무너지면서 그동안 지하에서 활동하던 과격 단체들이 양지로 나오게 됐다”며 “민주화 바람이 오히려 과격단체들에게 자양분을 줬다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AP 등 외신들은 “무장단체들이 정부의 장악력이 떨어진 유전을 확보하거나 은행 등을 탈취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회에 불만이 있는 무슬림 청년들을 돈으로 유혹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과격단체들은 ‘부와 신분의 평등’을 내세워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유럽의 무슬림 젊은이들까지 포섭하고 있다.
또 각국의 정규군이 정권 붕괴로 오갈 데가 없어지자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속속 편입된 것도 이들 단체들이 덩치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아울러 무장세력들은 참수 동영상 등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속속 전하는 등 최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선전전에도 능숙하다. 특히 언어 활용이 변화된 점도 눈에 띈다.
인 교수는 “과거 김선일씨가 참수됐을 때 무장세력들은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아랍어를 쓰면서 처형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영국의 남부지방 악센트를 쓰는 사람을 등장시켜 참수하고 있는데 이는 서방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한국 사람이 나직한 경상도 사투리로 한국을 비난하면서 한국인을 참수한다고 했을 때 공포의 정도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는 ‘어쩌면 이미 내 주변에 상당한 무장세력이 들어와 있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 교수에 따르면 무장세력들은 유럽 등지의 무슬림 청년들을 1대 1 메신저 대화나 이메일 상담 등을 통해 ‘세뇌’를 시킨 뒤 대원으로 끌어들이는 등 포섭 방법도 진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손병호 기자
이슬람 과격단체 급부상 배경은 “아랍의 봄 이후 탈취한 유전·은행 돈으로 청년들 포섭”
입력 2014-10-14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