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개혁할 21세기 루터 절실”

입력 2014-10-13 02:37

“한국교회가 과거 천주교(가톨릭)가 빠졌던 오류를 답습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자기 갱신이 절실하다.”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수명을 다한 종교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가 10일 서울 강남구 화평교회에서 개최한 월례 발표회에서는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종교개혁과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들’을 주제로 열린 발표회는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좌표를 점검하기 위한 행사였다. 발제자로 나선 이들은 한국교회의 개혁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1세기 한국의 루터 나와야”=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중세 시대 온갖 추문과 부정으로 얼룩졌던 가톨릭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가톨릭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교회를 병들게 만든 요소로 ‘물질욕’ ‘권력욕’ ‘성욕’ 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종교개혁이 시작된 계기는 교황청이 성 베드로성당을 지으며 부족한 물질(돈)을 채우기 위해 면죄부를 팔고 성직을 매매한 것인데, 현재 한국교회도 교회건축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는 연합기관의 대표와 총회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데, 이는 중세 교회가 벼슬을 놓고 싸운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톨릭이나 불교와 달리) 기독교는 성직자의 결혼을 허용했는데도 이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의 잘못된 교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마리아를 신격화한 가톨릭의 ‘마리아 숭배’, 성직자를 통해서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는 ‘성직자 중심주의’ 등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는 기독교가 가진 장점을 생각하며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 개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박 교수는 “루터가 살던 시대처럼 국가의 힘을 빌려 종교개혁을 이룰 수는 없다”며 “21세기의 개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의를 얻어 진행되는 대중적 운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한 개혁이란 루터처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며 “21세기 한국의 루터가 나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복협 부회장인 전병금(강남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심각한 부패의 수렁에 빠져 있다”며 자정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정운동의 예로는 초대교회 중 하나인 고린도교회를 들었다. 그는 “고린도교회가 파벌싸움, 교리논쟁, 도덕적 타락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바울은 편지를 통해 교회가 새로워지길 권면했고 교회는 이를 받아들여 자정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루터의 정신을 이어받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자부터 자기 갱신해야”=발표회에서는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로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의 통합 등도 제시됐다. 목회자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목회자 개혁이 없으며 한국교회의 개혁도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한복협 신학위원장인 김영한 숭실대 명예교수는 “목회자들의 자기 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의 설교는 강단에서의 설교에 그쳐선 안 된다. 삶이 따르지 않는 설교는 꽹과리 소리에 불과하다”며 “목회자는 명예욕과 권력욕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복협 중앙위원인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도 개혁과제 중 하나로 목회자들의 그릇된 목회관 타파를 꼽았다. 그는 “수적 성장에 치중하는 목회관을 포기해야 한다”며 “그리스도 안에서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목회관으로 방향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 전 총장은 한국교회의 예배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쇼’와 같은 인간 중심의 예배를 연출하고 있다”며 “이것은 성찬의 의의를 망각한 심각한 왜곡이며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