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통법 취지 살리려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내려야

입력 2014-10-13 03:13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휴대전화 보조금 규모를 공개해 과열된 유통시장을 바로잡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달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최신 스마트폰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구형 휴대전화에만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고 최신형 스마트폰엔 보조금을 적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가 크게 줄어든 반면 중고 휴대전화 단말기 사용자와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대폭 늘고 있는 것은 ‘통신 과소비’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변화다.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뜩이나 통신비 부담이 가장 큰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반폰 공급가는 230.56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고가 프리미엄폰 역시 512.24달러로 우리나라가 가장 비쌌다. 휴대전화 구입비용과 통신요금을 합친 가계통신비도 지난 1분기 15만9000원으로 최고다. 제조사들은 해외에선 2년인 단말기 무상수리보증 기간을 국내에선 1년만 적용하고 있다. 관련 법규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래저래 봉이다.

가계통신비 절감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단통법 시행 영향으로 보조금이 줄어 내년 이통사 3곳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9.5%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신비를 낮춘다더니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기업만 배불려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는지, 담합하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요금인하 경쟁을 막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통신요금인가제도 폐지할 때가 됐다. 이통사들은 2010∼2012년 18조2419억원을 마케팅비로 썼다. 기업들도 이제는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요금·서비스로 승부해야 할 때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의 영업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