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34·가명)씨는 2∼3년 전부터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등이 아파 새벽에 잠을 깨곤 했다. 하지만 전날 무리를 해서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등이 뻐근했지만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괜찮아져 큰 걱정을 안 했다. 그던데 3주 전부터 등이 아파 잠에서 깨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뜻밖에도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김씨처럼 운동을 무리하게 한 탓으로 생긴 급성 요추부 염좌상이나 수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벼운 허리 디스크, 심지어 별로 심각하지 않은 눈병인 줄 알고 포도막염이나 홍채염 치료를 소홀히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척추질환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바로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16∼35세의 젊은 나이 남성에게 많이 생기는데, 척추에 생긴 염증 때문에 척추관절이 점점 뻣뻣하게 굳어 굽혀지지 않고 난치성 포도막염을 합병, 실명위험까지 높아지는 병이다. 왜냐하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같이 노화에 의한 척추관절의 퇴행성 물리적 변화로 일어나는 병이 아니라 자가 면역 이상으로 생기는 류머티즘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기엔 통증이 등뼈나 골반 뼈가 만나는 곳에서 시작돼 허리나 엉덩이 쪽으로 번지고,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시간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며, 낮에 활동을 하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통증치료 전문 김찬병원 한경림 원장은 “환자의 75%는 요통을 주로 호소하지만, 약 40%에서 밝은 빛을 봤을 때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홍채염, 포도막염 등과 같은 난치성 눈병을 합병하게 돼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발병 초기엔 이상 증상이라곤 열감과 왠지 허리 쪽이 약간 불편한 정도의 느낌 밖에 없어 이 병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되면 원인모를 만성피로가 계속되는 가운데, 뻣뻣하게 굳은(강직성) 척추가 폐를 압박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등 여러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 원장은 “만약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나 뒷목이 뻣뻣한데, 일단 몸을 움직여 활동하기 시작하면 좋아지거나 평소 무릎, 발목, 발뒤꿈치, 어깨 중 한두 군데가 붓고 아픈 경우. 혹은 한쪽 눈이 심하게 충혈되면서 아플 때는 한번쯤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위주로 증상 완화를 도모하는 게 원칙이다. 수술은 위험부담이 커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약물로는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항류마티스 약제 및 TNF-α억제제 등이 주로 쓰인다. 특정 부위가 너무 아플 때는 국소적으로 주사를 놔주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오래 취하고 있는 자세대로 몸이 굳는 관절변형이 심하기 때문에 예방 및 진행 억제를 위해선 평소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서 있을 때는 되도록 몸을 쭉 펴고 항상 큰 키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 원장은 “앉을 때도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선택해 절대로 등을 구부리지 말고 다리를 쭉 뻗거나, 발받침을 이용해 편안한 자세를 만들고, 낮고 푹신한 소파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잠잘 때 역시 푹신한 매트보다는 단단한 바닥에서 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등 아파 새벽에 잠 설치고 한쪽 눈 자주 충혈… 강직성 척추염 주의보
입력 2014-10-13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