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모성애로 시작한 이 사업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습니다. 회사가 커지고 수익이 늘어날수록 하나님 앞에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하루가 즐겁고 기쁩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첫인상을 가진 정난희(57·광진교회) 권사는 인쇄와 선물용 박스, 문서파일, 물티슈 등을 생산하는 죠이프린라이프의 여성 CEO다.
정 대표에게는 ‘축복의 통로’라고 부르는 아들 권성민(37)씨가 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이 아들로 인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들 권씨는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2남 1녀 중 장남이다.
정 대표와 남편 권영환(65·대우인쇄교역 대표) 장로는 1977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을 기도로 고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에 나갔다. 그러나 두 사람이 교회서 얻은 것은 치유가 아니라 은혜였다.
“낫는 것이 다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다른 목적이 있어 장애를 주셨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들을 하나님 앞에 온전히 맡길 수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고 어디서나 자랑스럽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정 대표의 이런 응원과 열정에 힘입어 아들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천사 같은 아내와 결혼해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정 대표와 함께 회사를 함께 이끌며 나사렛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2년 한창 아들이 공부할 때였어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캄캄하더라고요.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뇌병변 2급 장애인을 받아줄 수 있는 회사가 없는 거예요. 또 직장에 가더라도 신체적 한계 때문에 구성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감당 못하면 피해를 준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 대표는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하고 예배드리며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2002년 탄생된 회사가 바로 서울 금천구 두산로에 소재한 죠이프린라이프다. 죠이(JOY)는 죠이선교회가 추구하는 정신과 같다.
“예수가 첫 번째, 이웃들이 두 번째, 정작 당신 자신은 맨 마지막에 생각하라는 영어 구호에서 앞 글자만 따온 것입니다. 예수를 항상 생활의 중심으로 두고 이웃에 봉사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자는 뜻입니다.”
현재 죠이프린라이프 직원 46명 중 40명이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러나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일한다.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분포된 직원들은 최소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이상은 모두 받고 있다. 1년 네 차례의 인센티브와 여러 복지도 제공받는다. 그래서인지 10년 이상 근속 직원도 적지 않다.
정신연령이 4∼5세에 머물고 듣지 못하고 몸도 자유롭지 못한 이들을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인내와 사랑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정 대표에게 이들은 모두 자신의 아들이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장애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모두가 사랑스럽고 가족같이 느껴지지요. 장애를 가졌지만 각자 가진 자질을 살려 개개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면 됩니다.”
정 대표는 직원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보람되고 즐겁다. 물론 회사를 상습적으로 고발하고 괴롭히는 경우도 있고 끊임없이 도움만 요구하는 이들을 볼 때 맥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까지 포용하도록 하나님이 사명을 주신 것이라 여기며 기도하곤 한다. 특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여기던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가 열심히 일하며 봉급받아 생활하는 것을 볼 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매년 직원이 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해온 죠이프린라이프는 앞으로 장애인을 위한 죠이랜드라는 큰 틀 안에서 직업재활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상당 부분 진척이 된 상태다.
“장애학생 중 30% 정도만 특수학교 혜택을 입고 있어요. 그래서 직업교육훈련을 통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죠이랜드는 2009년 10만㎡의 땅을 매입했으며 201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사렛대 김종인 재활학 박사 등 여러 분의 자문을 받고 추진 중인 이 학교는 이름을 ‘죠이마이스터’ 학교로 정했으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장소는 아직 비공개이다.
“저희가 자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취업도 시키고 외부에도 소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식물농장과 식품공장, 원예 등 일거리를 만들어 일 자체가 장애인들에게 도움도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광진교회(민경설 목사) 창립멤버로 30년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정 대표는 교회가 쓰는 성찬용 포도즙을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정성껏 담가 봉사해 왔다. 또 매년 농어촌교회나 미자립교회 30여곳의 달력(200부 미만)을 무료로 제작해 주고 있다.
정 대표는 “소모품의 1%를 장애인표준사업장의 것을 사용하도록 정부가 권장하는데 이를 정부기관이나 회사들이 잘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며 “장애인들을 잘 보듬어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난희 대표 약력
△2002년 죠이프린라이프 대표이사 취임 △2013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 △2013 여성기업 및 장애인기업 인증 △2013 금천구기업인상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 △죠이마이스터직업재활학교 설립 추진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37) 죠이프린라이프 정난희 대표
입력 2014-10-06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