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대구 상인제일교회

입력 2014-09-30 03:37
김정환 목사(왼쪽 두 번째)가 지난 26일 저녁 대구 상인제일교회 목양실에서 새터민 성도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고 있다.
예배당 옆 주방에는 반쯤 남은 20㎏들이 ‘나라미’쌀 포대가 보였다. 나라미는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저소득층에 시중 쌀값보다 싸게 공급하는 쌀이다.

“우리 성도님들이 갖다 놓은 쌀이에요. 주일 점심 때 예배를 드린 뒤 함께 식사를 하는데, 교인들이 거의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새터민들이라 각자 지원받은 쌀을 직접 갖고 오시는 겁니다.” 김정환(45·대구 상인제일교회) 목사의 말이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상화북로의 한 빌딩 3층에 있는 상인제일교회. 132㎡(약 40평) 정도 되는 교회에는 예배당과 주방, 아동부실을 겸한 작은 방이 있다. 2004년 문을 연 교회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먼저 생긴 새터민 교회다. 매주 40명 정도가 예배를 드리는데, 성도 90% 이상이 탈북자들이다.

교회는 최근 들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성도들이 십시일반 쌀을 가져오고 교회 전기요금까지 일부 성도가 자원해서 납부하는 형편이다. 김 목사는 교회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사례비를 정식으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동안 신학교 선배와 동기, 후배들과 친지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어요. 얼굴에 ‘철판’을 깔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까지 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기적이고, 정말 하나님 은혜입니다.”

김 목사의 꿈은 소박했다. 목회를 성실하게 해서 교회도 부흥시키고 부흥사도 되고 싶었지만 10여 년 전 한 선배 목사의 전화 한 통이 그를 지금의 길로 향하게 만들었다. “당시 경기도 안성에 있던 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대구로 거처를 배정받은 새터민들의 정착 생활을 조금만 도와 달라는 부탁이었어요.”

김 목사는 새터민들의 전입신고와 아파트 임대계약, 휴대전화 개통, 시장 보기 등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새터민들의 영혼구원에 관심을 가졌다. 동시에 고생길이 시작됐다.

새터민 교회를 창립한 초창기 1∼2년은 성도가 거의 없었다. 처음 김 목사의 도움을 받았던 새터민들은 예의상 2∼3차례 교회에 나왔다가 발길을 끊기 일쑤였다. 헌금도 거의 없었다. “십일조나 주일 헌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데다 헌금을 강요할 수도 없는 터라 무조건 아는 사람들한테 손을 벌리면서 버텼죠.” 교회는 아직도 경상비만 매월 40만∼50만원씩 적자가 난다. 김 목사는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러 다니기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터민 전도와 선교를 통해 얻은 열매는 값지다고 했다. “몇 년 전에 한 여성 새터민은 신학 교육을 성실히 받고 지금은 전도사로 창원에서 목회를 하고 있어요. 교인이 한두 명이었던 우리 교회가 지금 40명 넘게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성경공부 교사와 찬양 봉사자들이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2년 전쯤에는 모자(母子) 성도가 이단단체인 ‘신천지’에 빠져 그를 낙심케 만들기도 하고 몇몇은 사소한 감정 대립으로 교회를 떠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인내하며 보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저는 이분들이 복음을 잘 간수해서 통일 후에는 북한 전역에 ‘통일 선교사’로 사역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이 사역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대구=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