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 朴대통령 예방한다… 한일 정상회담 정치적 환경 조성 나선 듯

입력 2014-09-18 04:24
유흥수 주일대사(오른쪽)가 17일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부임 환영행사에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모리 전 총리는 과거 유 대사와 함께 한·일 의원 외교에 힘썼던 인연과 1937년생 동갑임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복원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가 19일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라고 17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만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메시지를 전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모리 전 총리의 예방과 관련해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리 전 총리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그는 개막식 이후 청와대로 이동해 박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다. 모리 전 총리가 이처럼 체육행사 관계자 자격으로 상대국을 방문해 ‘특사’ 역할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도 그는 아베 총리의 친서를 들고 같은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모리 전 총리는 한국 정치권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파벌 ‘고치카이’ 연수회에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여론이 고조되는 문제에서 정치가가 함께 주먹을 쳐들어서는 관계가 안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도쿄 데이코쿠 호텔에서 주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주최로 열린 유흥수 신임 주일대사 환영행사에 모리 전 총리를 비롯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총무회장, 오자와 이치로 생활당 대표, 요시다 다다토모 사민당 대표 등 정계 거물 2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모리 전 총리는 “유 대사 부임 소식에 또 친구가 오는구나 생각했다”면서 “일·한 간에 어려운 이야기는 옆으로 미뤄두고 양국 협력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유 대사는 “일본 각계각층 지도자와 국민을 접촉해 가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교도통신은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가 다음달 1일 도쿄에서 개최된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인 이번 회의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