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당무 복귀] 3박4일 혼돈의 새정치… 계파갈등 민낯 드러내

입력 2014-09-18 04:32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3박4일간 탈당 소동이 17일 박 위원장의 탈당 철회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 전체가 극심한 내부 갈등을 표출하고, 이를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적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새 정치를 표방한 정당이 가장 ‘구태스러운’ 계파 갈등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분당(分黨)론이 제기돼 새정치연합의 ‘연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4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과 관련해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한 언론에 탈당을 시사하며 잠적했다. 당내 강경파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 실패와 ‘이상돈 영입 파동’에 분노해 사퇴를 요구하자 탈당론으로 맞선 것이다. 15일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박 위원장 주변에서는 “이미 탈당 의사를 굳혔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강경파는 “출당시켜야 한다” “당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각 계파 및 당내 그룹들은 3박4일 동안 수시로 회의를 열며 뿔뿔이 흩어진 제1야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권 장악에 몰두하는 강경파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박 위원장도 잘못했지만 더 큰 잘못은 우리 당의 척박하고 비정한 풍토”라고 토로했다.

이번 파동으로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곪아터진 상처들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당 안팎에서는 계파 중심으로 이뤄진 당 권력구조, 당내 의사소통 부재, 민주적 절차 실종 등이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수차례 통합을 거치면서 지향점과 당내 구성원이 다양하고, 의견 통일이 거의 불가능해 향후에도 딱히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박 위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각 계파 수장 및 중진들 역시 신망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 구심점도 모호해졌다.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과 초선 의원들을 향해서는 “대책 없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 어느 곳 하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과연 새누리당과 경쟁해 정권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는 야권 지지층의 회의감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뿌리부터 흔들린 사이 여권은 단독국회를 추진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야당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새정치연합은 만신창이가 된 쇠약한 야당의 모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