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 10명이 손주가 조부모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받을 때 1억원까지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 논란이 일고 있다. 담뱃세와 지방세 대폭 인상 등 그야말로 세금폭탄이 서민들을 강타하고 있는 와중에 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있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손주가 조부모에게 교육비를 받을 경우 1억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해 세금을 내지 않도록 했다. 혜택을 받으려면 증여받은 날부터 4년 이내 돈을 모두 교육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연 평균 2500만원씩 교육비를 지출해야 된다는 의미다. 발의에는 류 의원 외에 새누리당의 권성동 김광림 김상훈 나성린 박윤옥 서상기 유승민 유의동 이현재 의원이 참여했다. 현행 조세특례법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간의 증여 때 성인은 5000만원, 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만 비과세된다. 특히 조부모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물려주는 ‘세대 생략 증여’는 증여세가 30% 할증 부과되는 등 엄격한 세무관리 대상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은 엄청난 감세 혜택인 동시에 증여세 과세 체계를 흔드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류 의원은 “노인 세대의 자산 중 일부를 손자 세대의 교육비 지출로 순환시키면 서민가계 부담이 줄고 소비 여력을 확충시켜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SNS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다운 발상” “부자증세하라니 부자감세하고 있네” “웬,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류 의원 등의 어처구니없는 현실 인식은 국민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더욱이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 노인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집권당 의원들이 교육비 1억원을 비과세토록 하면서 ‘서민 가계’ 운운하는 것은 다수의 가난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속내를 스스로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손주 교육비로 1억원을 선뜻 내줄 조부모가 얼마나 되겠으며, 고가의 사교육이나 해외유학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1년 2500만원이란 큰 금액에 대해 왜 세금을 면제해준단 말인가.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조세저항을 넘어 국민들의 공분을 자초하는 일임을 명심해 조속히 철회시키기 바란다. 정부는 서민 대상 꼼수 증세를 잇따라 추진하고, 여당 의원들은 무개념 법안을 만들어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나라에서 국민 노릇 하기 참 힘들고 피곤하다.
[사설] 손주 교육비 증여 1억원까지 비과세 과하다
입력 2014-09-17 03:20 수정 2014-09-17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