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이스라엘에 치우쳐 있던 기존 외교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에 대해 보다 균형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28일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소재지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있는 주(駐)팔레스타인대표부를 상주 공관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웅철(사진) 외교부 중동2과장을 신임 주팔레스타인대표부 대표로 임명했으며, 박 대표는 이틀 전부터 상주 근무에 들어갔다.
우리 대표가 팔레스타인에 상주 근무하는 것은 2005년 대표부 개설 이래 처음이다. 기존에도 대표가 있었지만, 텔아비브 소재 주이스라엘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라말라 사무소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출퇴근하는 방식으로 왕래했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2005년 6월 일반 대표부(General Delegation)를 설치했으나 팔레스타인이 아직 국가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상태는 아니다.
정부는 상주 대표를 두면서 팔레스타인의 의견이 균형 있게 전달되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 주팔레스타인대표부 대표는 주로 이스라엘에 머물며 이스라엘 측 얘기를 많이 듣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독립된 입장 반영이 어려웠다. 하지만 상주 대표가 생기면서 이스라엘 입김에 영향받지 않고 독자적인 시각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기존 대표들은 이스라엘 관련 정무업무 비중이 더 컸는데, 앞으로는 팔레스타인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상주 대표 임명은 아랍의 부상 및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하다. 아랍의 경우 우리에게는 에너지 문제, 원전수출, 건설수주, 안보 문제 등과 관련해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지위인 우리나라가 아랍에서 특수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팔레스타인에 상주 대표부 대표를 임명한 것은 아랍 국가들로선 아주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라며 "향후 아랍국들의 마음을 얻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동에서는 우리가 경제성장 및 민주주의 발전의 롤 모델이기도 해 이번 임명이 더 반갑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상주 대표를 둠으로써 성지 순례로 현지를 방문하는 국민들의 안전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박 신임 대표는 아랍어 특채로 외교부에 들어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등 중동의 핵심 국가들을 두루 거쳐 현지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상주 대표 임명을 잘 설명했고, 특별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駐팔레스타인 한국 대표 처음으로 현지 상주
입력 2014-08-29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