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하도급 처우 괜찮은데…” 현대차의 항변

입력 2014-08-20 03:16

현대·기아자동차는 할 말이 많았다. 18일 현대·기아차 노사를 겨냥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심 발언에 대해서다. 이 장관은 그동안 현대·기아차 노사가 담합해 간접고용 근로자와 납품업체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이뤄냈다고 지적한 뒤 원·하청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9일 “협력업체에 100%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며 “협력업체가 납품업체에 얼마를 지불하는지는 기업이 아닌 정부가 규제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단가 후려치기’는 적어도 현대·기아차가 1차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들여오는 과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이고 사내 하도급 업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5900만원”이라며 “이 정도 대우라면 적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업무의 일정 부분을 외주 업체 고용 인력에 맡기는 사내 하도급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용형태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소송이 줄을 이었다. 2010년에는 사내 하도급업체 직원 최병승씨가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으로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1∼22일엔 최씨와 별도로 사내 하도급 업체 직원 1500여명이 제기한 1심 판결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재판 결과와 나빠지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현대차는 18일 내년 말까지 사내 하도급 근로자 40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한마디로 “제 할 도리는 하고 있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주장이다. 노동부는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막강한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임금체계 개선을 선도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연공급 위주의 낮은 생산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부와 경영의 자율성을 내세우는 현대·기아차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칼자루를 쥔 정부가 내밀 다음 카드가 주목된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