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안양 양떼목장교회

입력 2014-08-19 03:36
최광지 경기도 안양 양떼목장교회 목사와 조은영 사모가 지난 11일 아들 권능씨가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무균실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의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지난 6일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최권능씨는 중환자실에서 20번째 생일을 맞았다. 권능씨 부모인 최광지(46) 경기도 안양 양떼목장교회 목사와 조은영(51) 사모는 무균실 밖에서 아들의 생일을 축하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리벽 건너의 아들을 보는 이들에게 권능씨는 병실 인터폰으로 말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니까 어떠한 고난도 이길 수 있어요.” 작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권능씨는 희귀병인 윌슨병을 앓고 있다. 간 뇌 각막 신장 등에 구리가 비정상적으로 쌓여 생기는 유전성 질병이다. 성결대 신학과에서 목회자의 꿈을 키우던 그는 지난달 12일 비정상적으로 배가 부르고 눈에 황달 증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들은 교회 인근 지역의 병원으로 급히 권능씨를 데려갔다. 의료진이 약 처방만 해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 여겼다. 그러나 일주일 뒤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그달 23일 다시 병원을 찾은 이들은 정밀검사 결과 권능씨의 병이 윌슨병임을 알게 됐다. 검사결과를 접하자마자 가족들은 권능씨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긴급히 간 이식 수술을 해야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의료진에게서 들은 최 목사는 눈앞이 캄캄했다. 무엇보다 간 기증자를 빨리 찾아야 했다. 최 목사는 아들에게 간을 기증하기 위해 병원에서 조직과 유전자 검사 등 여러 검진을 했으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권능씨의 누나 기쁨(22)씨가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내 간으로 이식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들이 말없이 우는 걸 보며 절망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딸이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남들은 무서워서 수술 전 도망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정말 딸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뿐이지요.”

이들 남매는 지난 6일 동시에 간 이식 수술대에 올랐다. 누나는 동생을 위해 자신의 간 64%를 떼어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치료비가 문제였다. 2년 전 개척교회를 일군 최 목사에게 8000여만원의 수술비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이들의 사정을 알게 된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안양지방회는 급히 수술비를 모금해 2000여만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나머지 비용이 최 목사에게 고민거리로 남았다.

2012년 안양의 한 아파트 상가에 양떼목장교회를 세운 그는 아내와 함께 인근 주민에게 전도지를 나눠주며 복음 전파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아들이 희귀병을 앓고부터 부부는 하루 종일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 특히 최 목사는 아들의 수술 이후 수요일과 일요일만 예배를 위해 자리를 비울 뿐 나머지 시간은 두 자녀를 간호하는데 보낸다.

30년 된 낡은 건물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이 큰 수술을 받았지만 이들 부부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나님은 항상 가장 선하신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신뢰할 수 있습니다. 치료비보다 생명을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전하는 게 먼저입니다. 주님의 풍성함을 전할 수 있는 목회자 가정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