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책임소재를 놓고 군 수뇌부에 대한 '꼬리자르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군이 상관에 관대하고 후임엔 가혹하게 징계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후임에 대한 지휘권 보장'을 명분으로 존치 중인 부대지휘관의 감경 권한도 취지와 다르게 음주운전 벌금 깎아주기에 동원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육·해·공군본부로부터 '군사법원의 최근 3년 징계 및 감형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17일 공개했다. 전체 징계 중 성실의무위반은 육군에서 3만591건이 적발됐다. 상관 잘못에 해당하는 지휘감독소홀이 1770건인 데 반해 후임의 보고의무위반은 5364건으로 배가 넘었다. 근무태만이 2만1484건으로 가장 빈번했다. 해·공군도 사정이 비슷해 근무태반 비중이 전체 성실의무위반 징계의 절반을 넘었다.
특히 장군, 장교, 병사, 군무원 등 징계 대상자 중 장군에 대해 근무태만이 내려진 사례는 3년 동안 전무했다. 관리·감독 등 '책임위반'보다 보고·근무 관련 '의무위반' 징계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윤 일병 사건에서 '엽기적인 가혹행위'의 인지 여부로 징계 대상을 정할 때도 보고누락이 강조되는 바람에 군 최고 수뇌부는 책임론을 빗겨갈 수 있었다.
부대지휘관이 군사법원에 파견돼 과중한 판결 여부를 확인해 감형 조치하도록 한 관할관확인제도는 군 형법이 아닌 일반범죄에 주로 적용됐다. 2012년 판결된 사건 중 47건에 대해 관할관확인 감형이 적용됐는데, 이 중 23건이 음주운전과 관련돼 부과된 벌금을 깎아주라는 지시였다. A중령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했지만 '평소 성실히 근무해 부대 기여도가 높다'는 사유로 벌금 600만원이 400만원으로 감형됐다.
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관할관확인제는 본래 군의 특수성 때문에 도입됐지만 실제론 음주운전 등 특수성과는 상관없는 처벌을 무력화하는 제도로 쓰이고 있다"며 "이렇게 악용된다면 폐지되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단독] 최근 3년 軍 징계 현황 살펴보니… 상관엔 관대 후임엔 가혹
입력 2014-08-18 03:06 수정 2014-08-18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