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참패 원인은… 권은희 파동·꼼수 연대·낮은 투표율

입력 2014-07-31 01:55
7·30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은 새누리당 손을 들어주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했다. 한 달여 전 6·4지방선거 당시 여야 모두에 ‘옐로카드’를 줬던 민심은 이번엔 새정치연합에 ‘레드카드’를 보냈다. 특히 여론의 바로미터라 할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은 완패했다. 유권자들은 야당의 지리멸렬에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박근혜정부에 대한 경고를 선거 전면에 내세웠으나 유권자들은 냉담했다. 국민 다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 무능을 질타했고,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야당이 지금 모습으로는 대안세력,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속에서 여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무기력하게 놓쳐버렸다. 공천 파동은 무능의 정점이었다.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등 강경파는 공천 전부터 특정 후보 지지를 공개 주장하며 지도부를 흔들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에 애초 공모를 신청한 후보가 아니라 다른 지역 후보를 내리 꽂는 기이한 전략공천을 했다.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 등 유력 중진을 배제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두 공동대표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당 대 당’ 단일화는 없다고 누누이 말했지만, 동작을에서 기동민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사퇴해도 수수방관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살신성인의 결단’이라며 치켜세우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 후보 사퇴 이후 수원에서 정의당 후보가 릴레이로 사퇴하면서 ‘사실상 당 대 당 연대(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됐지만 두 대표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심장부라 할 광주의 저조한 투표율은 당에 대한 뼈아픈 경고다. 권은희 당선자와 당에 남은 것은 ‘상처뿐인 승리’다. 광주 민심은 6·4지방선거 당시 공천 논란에도 윤장현 광주시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이번엔 싸늘하게 돌아섰다. 한 번 실수는 봐줬지만 두 번 실수는 눈감아주지 않는 민심의 따끔한 회초리를 맞은 셈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의 국가 대혁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로 민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당·정·청이 유기적으로 연대해 강력한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었던 전략이 주효해 선거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분석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경기부양론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당 입장에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도 국회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 최우선 순위는 민생 경제”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중도층이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권 지지층으로 상당수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병(팔달) 등 주요 격전지에서 연쇄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것도 새누리당에 오히려 이득이 됐다는 지적이다. 위기감을 느낀 여권 지지층이 끈끈하게 결집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당은 선거운동 기간 야당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으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발견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수사 당국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새누리당에 심각한 악재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여당은 침묵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질타를 쏟아냈다. 결국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이 주도적으로 국가적 적폐를 해소해 달라는 희망을 담아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임성수 유성열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