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당선자는 30일 텃밭인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했다. 그러나 광주가 20%대 초반에 불과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권 당선자에게 냉랭한 표심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출마 자체를 둘러싼 시비, 남편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그가 출마선언 당시 했던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게 될 전망이다.
권 당선자는 당선 소감을 통해 “선거운동 기간 주민들을 만나며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약속드린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를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온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권 당선자가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자 여권은 “보은 공천”이라고 비판했고, 야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진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은희 카드’는 다음 총선 때까지 남겨뒀어야 하는 카드라는 지적도 많았다.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천정배 전 의원의 광주 출마를 주저앉히고,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리기 위해 권 당선자를 조기 등판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권 당선자의 속내가 무엇이든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진정성은 상당부분 훼손된 상태다. 향후 의정활동을 통해 권 당선자가 자부했던 ‘정직·진정성·정의’라는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은 공천 논란을 예상했다면 권 당선자 남편의 재산축소 신고 의혹은 예상치 못한 대목이었다. 선관위가 최종적으로 “재산 축소 신고가 아니다”라고 법적으로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국민들의 도덕적 기대치로 볼 때는 ‘유죄’에 가깝다. 야권 내부에서도 권 당선자 남편이 전문적인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권 당선자는 국회 입성 이후 세월호 참사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심 끝에 출마의사를 굳힌 배경으로 공익제보자들과의 만남을 거론했던 점에 비춰볼 때 관련 입법 활동에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7·30재보선-표심 분석] 권은희 ‘상처뿐인 승리’…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4-07-31 0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