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묵직한 화분 치우자 통나무 벽… 바닥엔 두께 4㎝ 정도 매트리스

입력 2014-07-24 04:42
지난 5월 25일 밤 검찰이 급습했을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이 은신했던 3평 규모의 별장 내부 밀실(위 사진)과 별장 외관 모습(아래). 밀실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있고, 바깥쪽은 통나무로 위장해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순천=양민철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 '숲속의 추억'은 겉보기에 평범한 시골 별장이었다. 그 평범한 구조와 생김새가 검거팀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23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로부터 송치터널 방면으로 800m 정도 걸어 들어오자 '숲속의 추억'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보기엔 1층 건물로 보이지만 내부에 조그맣게 2층이 있는 복층 구조로 된 통나무집이다. 출입구는 3개로 정면에 하나, 좌측에 하나, 뒤편에 하나다. 옆과 뒤로는 흙벽과 풀숲이 우거져 있지만 뒷문 쪽으로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만한 샛길이 숲속을 통해 아래 하천 쪽으로 나있다. 경찰은 단속반의 눈을 피한 유씨가 이 길을 통해 사망지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별장 왼쪽 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니 우측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에는 자주색 소변기에 세탁 세제가 처박혀 있었다. 수건걸이에는 흰색, 엷은 노란색 수건 두 개가 걸려 있었다.

유씨가 숨었던 밀실이 있다고 검찰이 밝힌 2층으로 올라갔다. 유씨는 검거팀이 별장에 들이닥치자 재빨리 2층 비밀 방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검거팀은 이 안에 숨은 유씨를 찾지 못하고 돌아섰던 것이다. 계단 폭이 60㎝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2층은 좁았다. 계단 앞에는 '조양 다-나'라고 쓰인 매트리스 2개와 파란색 플라스틱 바구니, 빈 상자, 천 조각 등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었다. 한쪽에는 청색과 검은색의 소파 4개가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입구를 찾기 위해 통나무 벽을 하나하나 밀어보니 갑자기 통나무 2개 정도가 흔들렸다. 그 앞에 놓여 있던 묵직한 화분을 치우자 통나무 벽이 떨어져 나왔다. 검찰의 검거 작전 당시 유씨가 숨어 있었던 일종의 안전 공간, '패닉룸(Panic room)'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방 안에는 목재 6∼7개가 가로 세로로 얽혀 바닥에 못 박혀 있었다. 검찰이 유씨를 놓친 후 다시 수색을 하며 바닥재를 뜯어내는 바람에 목재 골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아래 바닥은 시멘트로 조악하게 마감돼 있었다. 방 오른쪽엔 사람 한 명이 누울 만한 크기로 스티로폼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는 두께 4㎝ 정도의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검찰 수색 이후 사용한 사람이 없는 듯 매트리스 위에는 뽀얀 먼지가 쌓여 있었다.

방의 한쪽 벽이 지붕과 닿아 있기 때문에 계단 반대편 쪽으로 갈수록 천장이 낮아져 가장 끝, 매트리스 위쪽은 높이가 채 1.5m가 안 될 정도였다. 나머지 벽면은 건물의 통나무 외벽과 바로 맞닿아 있어 또 다른 비밀 공간은 없었다. 2층에 뒹굴었던 매트리스 등은 검찰이 이 방을 압수수색한 뒤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은 방 때문에 검찰은 유씨 검거에 실패한 채 끝내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2층에는 다른 밀실이 하나 더 있었다. 패닉룸 반대편에 있는 이 방도 3평 남짓한 크기였다. 검찰은 이곳에서 유씨의 돈가방 2개를 발견했다.

순천=황인호 양민철 기자 inhovator@kmib.co.kr